한국일보

칼럼/ 월드컵 열기를 화합으로

2010-06-16 (수)
크게 작게
여주영(주필)

6.25동란후 한국은 비극의 현장에서 남은 유산이 오로지 슬픔과 가난이 전부였다. 전쟁복구를 막 끝내고 난 1961년 당시 한국의 1인당 GNP는 87달러였다. 그러던 한국의 경제가 지난 반세기에 걸쳐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냈으며 새마을 운동 등에 온 국민이 일치단결, 땀흘려 일한 결과 농촌의 현대화를 가져왔다. 이런 모든 결과가 오늘날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발전을 가져오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1997년 한국은 국가경제가 도산위기에 처하는 IMF를 맞는다. 이때도 한국국민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금모으기 운동으로 20억 3000만 달러를 모아 국가를 경제위기에서 탈출시켰다. 이러한 국민들의 단합된 노력은 이제 한국을 세계경제 무대에서 11위, DECD 가입국, 국민소득 1만달러를 기록하게 만들면서 한국이 도움을 받는 나라가 아니고 도움을 주는 나라로 탈바꿈되었다. 한국의 변화에 세계 각국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경이로운 눈으로 보고 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 축구경기에서 한국과 첫 대결을 벌인 그리스가 당한 현 국가경제 위기를 놓고 아시아 경제통으로 저명한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는 그리스도 한국의 IMF때를 모델삼아 “한국을 배워라” “한국처럼 금 모으기 운동이라도 하라”고 꼬집었다. 한국으로서는 국민들의 총화단결, ‘하면 된다’는 불굴의 의지와 신념으로 이루어낸 IMF 위기극복의 경이로운 결과에 대한 극찬이기도 했다.


한국 국민의 단결력은 국가에 수재나 재난이 닥쳤을 때도 어김없이 발휘돼 나라가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만들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축구경기에서도 온 국민의 일치단결된 응원열기는 한국이 4강 신화를 창출해 온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것은 바로 한국인들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저력이요, 살아 숨쉬는 생명력이요, 무엇이든 녹아내리게 하는 뜨거운 열정이자, 지치지 않는 에너지다.한국인의 단결력은 이번 남아공 월드컵 경기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태극선수들의 빈틈없는 팀웍과 전략, 선수들을 응원하는 국내외 한국인의 결속력은 세계 어디서건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기필코 해내고 마는 한국인 특유의 투지와 집념이 어우러진 단결력의 표본이다.

한국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건, 한국인이 있는 곳은 어디든지 붉은 티셔츠 차림으로 외치는 “오 대한민국 승리의 함성...”이 울려퍼지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들이 토해내는 함성은 한국인의 저력과 힘, 단결의 상징이었다. 한국국민은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정신이 강하고 결속력이 센 민족이다. 이런 정신을 잘만 승화시킨다면 얼마든지 국가나 사회발전에 좋은 영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내적인 단결력을 외적으로 활용해 일종의 한국 필(Feel)로 연결시키는 정신적 승화작용을 말함이다. 외국국민은 한국인을 돈밖에 모르며 좋은 점 보다는 고아수출 1위, 자살율 1위, 음주 1위, 이혼률 1위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를 불식시키는 것도 단합된 힘으로 우리가 하려고만 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제 한국이고 미주 한인사회에서건 서로 분열돼 다투고 미워하고 시기하고 하는 추태일랑은 더 이상 하지 말자. 한인들은 말한다. 이번 축구경기로 온 나라가 하나 되어 잠시라도 한국의 정치인들 분열돼 싸우는 구경 안해서 정말 마음이 편하고 스트레스 안받아 너무나 좋았다고. 미주한인사회도 이제 한인들간에 분열은 하지 말자. LA지역의 한인회가 선거를 놓고 둘로 나뉘어 파행하는 모습은 정말 보기가 너무나 부끄럽고 창피하다. 뉴욕의 한인사회에서 벌어진 뉴저지 한인회 임원들간의 다툼이나 지역한인회 연합회의 전 현직 회장간의 회장직을 둘러싼 분열양상, 대학동문회의 임원들간의 갈등 등도 이번 월드컵경기의 승리를 위한 합동응원을 계기로 말끔히 날려버리자. 대결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극단적인 말과 행동보다는 아량을 가진 민족으로 거듭날 때, 우리가 내부적인 발전을 가져오고 외부적으로는 존경받는 민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juyoung@koreatimes.com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