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태극기 휘날리며

2010-06-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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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길(수필가)

6월은 국가에 충성하는 마음을 상기시키는 보국(報國)의 달이다. 그래서 호국 영령들의 넋을 기리며 부국강병의 마음을 다져 보는 달이기도 하다. 과연 무엇이 애국일까. 외국에 나가 봐야 ‘나라 사랑’을 느낀다고 한다. 그렇다. 우리는 월남전에 참전하면서 애국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주변 강국들의 지배에 핍박과 통한의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가 조국을 위하여 연합국의 일원으로 참전하면서 부터이다.

특히 참전 중에 특별한 역할을 한 태권도는 월남 대통령 경호실을 비롯하여, 군경, 학생, 또한 일반인들까지도 수련 하려는, 전국적인 높은 열기를 보였으며, 그 인기는 대단했다. 월남의 38선, 최 북단 ‘후예 市(Hue)’에서부터 최남단 칸토(Can Tho)의 메콩강 델타, 국군이나 연합군이 없는 캄보디아 국경까지, 우리 군 태권도 사법들의 활동 지역이었다. 그 덕에 한국군은 총 칼 없이도 싸워서 이기는 무서운 존재라고 널리 알려졌으며, 월남전 이후 태권도는 폭발적으로 세계로 뻗어 나갔다.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이 되면서 하늘의 별 같은 ‘금메달’을 우리는 많이 따내고 있다. 그래서 국위를 선양하며 국민의 사기를 높이 진작시키고 있다.


나는 오늘도 손자의 손을 잡고 태권도 도장으로 나섰다. 사범은 히스패닉 계 미국 시민인데 서투른 우리말로 구령을 붙이면서 가르치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사범의 예의가 깍듯하다. 도장에는 성조기와 태극기가 걸려 있다. 태권도 도장은 세계 어디를 가든지 가는 곳곳마다 태극기가 걸려 있다.
월드 컵, 그때, 태극기 휘날리며, “대~한민국... 짝짝 짝짝 짝...!”그 열기와 함성은 금수강산, 그 5천 년의 천기(天氣)를 선수들에게 모아주는 듯 했다. 그래서 4강까지 올랐다. 참 신명나는 역사적 사건이 아닌가. 태극기는 우리나라의 상징이요 민족정신의 총체이며 또한 우리 생존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 도처에 존재하며, 더욱 태권도가 인격도야에는
물론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있는 하나의 ‘종교’와 다름없다. 전에 있던 일이다. 포성이 은은히 들리는 캄보디아 국경, 월남 9사단 지역에서 태권도 수료식을 알리는 팡파르가 울려 퍼졌다. 태극기가 게양되면서 애국가가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현장에 선 한국인은 나 혼자였다. 거수경례를 하는 내 손이 가볍게 떨리고, 가슴은 뜨거워졌다.

그 순간, 육군 대위인 나 자신은 얼마나 감격했는지 모른다. ‘나’라고 하는 작은 존재가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 그래 맞다. ‘해외에 나가봐야 애국심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는 말이 이런 기분인 것을.
요즘, 미국의 상징 ‘먹자 문화 맥도날드’는 물질 만능주의와 비만의 중증임을 말한다. 허지만 우리는 다르다. 오랫동안 우리 사범들이 국가의 보조 없이도 홀홀단신으로 길을 열고, 닦은 우리 정신적 문화인 태권도는, 태극기 휘날리며 자랑스럽게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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