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람냄새가 그립다

2010-06-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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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근(무궁화 상조회 회장)

사람에게는 채취가 아닌 사상과 생각과 행동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냄새가 있다. 가족 구성원은 각기 냄새가 다 다르다. 서로 다른 냄새를 풍기고 또 그 냄새를 느끼고 맡을 수 있는 가정이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이다. 아이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어른의 인품을 배우고, 권위를 접어두고 함께 놀
아주는 아버지와 미소를 잃지 않는 가운데 가사를 돌보는 어머니에게서 부모의 책임과 베푸는 사랑을 배운다. 아내는 자상한 남편에게서 지아비의 사랑을 느끼고, 부모는 자기를 믿고 의지하며 고민을 털어놓는 자녀에게서 애틋한 정과 부모로서의 책임을 느끼게 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이런 집안 분위기에서 보람과 만족을 느끼게 마련이다.

사람냄새는 그 사람의 눈빛에서 맡을 수 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말하듯 눈빛에서 진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냄새는 말씨에서도 맡을 수 있다. 말투에서 그 사람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냄새는 또한 그 사람의 행동에서 맡을 수 있다. 행동은 그 사람의 사상과 생각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가정을 통하여 기본적인 냄새를 가지고 있다.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냄새를 가지고 서로 상대의 냄새를 느끼며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은 서로 다른 냄새가 조화를 이루어 화목한 분위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도 각자 하는 일을 통해서 독특한 냄새를 풍기며 다른 사람들이 그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정치인, 기업인, 의사, 선생님, 성직자, 언론인, 예술가, 상인 등등 할 것 없이 독특한 냄새가 있을 텐데 그 특유의 냄새가 없어지는 것 같은 사회 현실이 안타깝다. 다시 말하면 각각 하는 일에 사상과 생각과 행동이 부합하지 않는 세상이 돼 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소설 ‘아버지’의 주인공이 암으로 죽어가며 아내에게 유언했다. “아이들을 잘 길러 주시오. 사람냄새가 나는 사람으로 말이오. 사람냄새가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르오. 당신과 아이들이 사람 냄새를 그리워할까 염려되오. 그러나 당신을 믿기에 나는 이제 마음 놓고 눈을 감을까 하오.”라고. 사람냄새를 그리워하며 아이들을 사람냄새가 나는 사람으로 키워달라는 유언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남기는 메시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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