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악의 존재

2010-06-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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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숙(프린스턴 참빛교회 목사)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의 어뢰 공격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옴으로 인해 20여년 동안 해빙 무드 속에 동포애를 싹 틔웠던 남북 교류는 파국을 맞게 되었다. 전시도 아닌 상황 속에서 46명의 젊은 생명이 청천벽력처럼 한날 어두운 바다속으로 스러진 것도 차마 감당할 수 없는 비참한 악몽이건만, 그 목숨을 앗아간 정체가 그간 천신만고를 기울이며 형제애로 다가선 동족이라는 사실에 망연자실 깊은 배신감과 허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앞에 일어난 사건은 없었던 일이 생긴 것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내장되어 있던 악이 노출
된 것 뿐이다. 우리는 눈앞에 드러난 이 검고 추한 현실 속에서 새삼 악의 근본과 속성을 절감하며 어떻게 악을 다루어 나가야 하는가 하는 과제를 떠맡는다.

어거스틴은 악의 존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악의 본질을 선의 결핍(deficiency of good)이라 하였고 악은 인간의 왜곡된 자유 의지에서 나온다고 하였다지만, 인간을 창조하신 후 하나님께서 현실적으로 그들 앞에 하나의 금기조항을 두셔야 했던 것은 하나님의 본성에 거슬리는 어떤 것으로부터 하나님의 본성을 닮게 창조하신 피조물을 보호하시기 위해서였다.
즉 어떤 어두운 사망의 존재-악의 존재가 이미 있었던 것이다. 이 존재는 하나님의 수종을 들도록 지음 받았으나 자신의 외모와 능력과 지성으로 교만해져 하나님과 견주고 조물주 위에 올라서려다 저주를 받은 미혹의 영이요, 세상의 영이요, 거짓의 아비요, 멸망의 자식인 사단 곧 마귀인 것이다.(사14:14)
사망과 멸망으로 인생들을 끌고 가는 마귀는 왜곡된 자유의지를 발동하도록 사람들을 조종하기 위해 그른 생각, 그른 이념, 그른 정서를 심어준다. 하나님의 심정을 생각했다면 아담과 하와는 결코 선악과에 손을 대거나 먹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담의 후손으로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자기의 이성과 판단과 감정을 좇아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는 죄의 성향-죄성을 지니고 있다.

하바드 대학의 임상 심리학자인 말타 스토트(martha stout)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범죄를 저지르지 않더라도 통상적인 인구중 4%가 양심이 마비된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통계는 25명중 한명에 해당되는 것으로 결코 적은 수가 아닌데 전제 군주나 군사 영웅, 기업의 CEO나 전문인, 종교인들 중에도 들어있다. 이들이 양심이 없다는 것은 옳고 그른 것에 대해 지적인 구분을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행동 제약에 실패함을 말하는데 이런 자에게는 감정적인 사이렌이 울리지 않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 우리 조국의 위기를 두고 크리스찬들은 성경 말씀대로 죄와 사단의 권세에 대항하여 피 흘리기까지 싸우되(히12:4) 성령의 능력을 힘입어 지혜의 말씀과 능력의 기도로써 싸워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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