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교하는 삶 - 모얄레 기독교 학교

2010-03-1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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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얄레는 이디오피아와 케냐 국경 부근의 가난한 난민부락이다. 주민들의 97퍼센트는 무슬림이다. 여기에 기독교 학교를 세운다는 생각을 처음 가졌던 사람은 한국인 선교사다. 누구도 들어가기 꺼리는 곳, 물이 없고 전기가 없는 변방, 농작물이 자라지 않는 척박한 땅, 밤에도 낮에도 치안 부재의 위험한 지역, 하루에 다섯 번 씩 메카를 향하여 절하며 코란을 외우는 주민들….

이 땅에 4년 전 기독교 고등학교가 시작됐다. “죽으러 가십니까?” 시작할 당시 주변의 만류와 염려가 있을 때마다 선교사는 웃으며 대답했다. “하나님이 저에게 그런 영광을 허락하시겠습니까?”

그분의 생각과 기도가 씨앗이 되어 땅에 심어지고 하나씩 둘씩 싹으로 자라나는 모습을, 살아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영광이다. 최근에 그분이 기도 동역자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2월에 신입생이 들어왔습니다. 40~45명을 선발하려 했는데 결국 48명이 입학했습니다. 입학을 못한 부모들이 눈물 흘리며 호소를 했지만 받아줄 수가 없었습니다. 무슬림 학부모가 기독교 학교에 아이를 보내려고 울면서 애원하는 일이 이 땅에서 일어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성경과목을 일주일에 3시간씩 가르치는데도 불구하고 회교도 학부모들이 아이를 우리 학교에 보냅니다. 이번 학기에는 아랍 계통 가정에서도 아이들을 보냈습니다. 이들을 통해서 무슬림 가정이 생전 처음 복음을 듣는 복을 누리게 된다는 사실이 우리 모두의 가슴 벅찬 기쁨입니다.’


모얄레의 가난한 무슬림들도 자식에게만은 힘든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어떻게든 ‘좋은 기독교학교’에 자녀들을 보내고, 졸업을 하면 장차 도시에 나가 미래를 개척시켜 볼 꿈을 꾼다. 학교에서는 매주 금요일 기독교식 예배를 드리고 학생들에게 설교를 하며 2명의 현지인 목사님이 성경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학교 예배를 통해서, 가르치는 말씀을 통해서 학생들과 회교도 교직원들의 심령이 변화되는 것이 우리 모두가 이어갈 기도내용이다.

사역에 헌신하기 위해 한국 국적도 포기하고 최근 케냐 시민이 된 선교사의 편지는 이렇게 이어진다. ‘선교지에 있으면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고 적응이 되어 그리 힘들지만은 않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여기는 무슬림이 대부분인데 그들은 삶의 전반에 이슬람 방식을 적용합니다. 그 안에서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려고 하면 당연히 서로 간에 어려움이 생깁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기다리다보면 하나님의 일하심이 나타납니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기독교는 나쁘다고 세뇌되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자신을 위해 기도를 요청해 오기도 하고 삶의 모습이 변화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것은 우리가 한 것이 아니고 하나님이 하신 일입니다.’

아프리카의 공립학교들은 외국 구호단체들의 많은 지원을 받지만 이 학교는 기독교 사립인 까닭에 이들과 정부, 회교 지방단체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운영난 속에서도 지난 4년간 매해 새 학년이 생겼고 올해 12월에는 첫 졸업생이 나온다. 작년에 내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 가졌던 집회에서 이슬람 가정 출신의 남학생 두 명이 자신의 삶을 주님께 드리겠다는 서원을 하였다. 목숨을 건 결단이었다.

올해 다시 이 지역으로 단기선교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숨 쉬는 순간 모두가 기적인 것을 체험하고 싶은 동역자를, 기도하며 기다린다.

김범수 /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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