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복음 이야기 - 고등수학을 풀다

2010-03-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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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셋!” 사진을 찍거나 달리기를 시작할 때 딱 떨어지는 준비구호다. 삼세판이란 말도 있다. 세 번은 승부를 겨뤄야 완전한 승패가 가려진다는 뜻이다. 쉽게 안 끊어진다는 삼겹줄은 또 어떤가. 일상에서 의외로 3이란 숫자의 ‘지위’는 막강하다. 왜 그럴까. 성경에서 3은 완전수다. 세상의 구조에도 이 숫자가 곳곳에 버팀목을 대놓고 있다. “만물에 드러난 하나님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롬 1:20)에 모종의 함수관계로 연루되어서다.

성경 창세기 첫 구절은 짧지만 정확하게 하나님께서 만드신 우주 만물의 세 가지 핵심요소를 표현한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 1:1). 태초는 시간, 천은 공간, 지는 물질을 가리킨다. 바로 여기에 삼위일체 하나님의 신성이 계시되어 있다.

공간과 시간, 물질은 온 우주에 동시에 존재한다. 공간은 모든 물리적 실체의 편재 배경이고, 물질(또는 질량 에너지)은 공간을 채우는 요소로 어디서나 관찰된다. 또 시간은 계속 흐르면서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물질과 에너지 현상들을 실제로 경험케 해준다. 공간은 모든 곳에 편재하시는 성부 하나님, 물질은 육체로 이 땅에 오신 성자 하나님, 시간은 그 하나님을 연속적인 시간의 경과 속에서 체험케 하시는 성령 하나님을 상징한다.


창세기 1장1절의 하나님을 가리키는 히브리 원어는 복수명사 ‘엘로힘’이다. 그러나 ‘창조하시니라’는 술어는 원어상 단수 주어에 붙는 단수형 동사다. 인류사에서 가장 위대한 한 문장의 문법에마저 동거하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은 이어지는 2절에도 나타난다. ‘수면 위에 운행하시는 하나님의 영’ 곧 성령 하나님이 등장하고, 3절은 ‘하나님이 이르시되’라는 표현으로 하나님의 말씀이신 성자 하나님을 소개한다.

모든 만물은 우연이 아닌 말씀, 즉 그리스 철학 용어의 하나로도 통용되는 ‘로고스’(logos)이신 성자 하나님을 통해 지어졌다(요 1:1-3). 로고스에서 ‘로직’(logic, 논리)이란 말이 나왔다. 그래서 인간의 육체를 포함해 지어진 만물에는 뚜렷한 질서가 있다. 기독교의 삼위일체 하나님은 만물이 그 신성을 증거한다. 이슬람교의 단일신 알라와도 다르며, 힌두교의 범신론, 다신론의 신들과도 다르다. 예수님의 신성을 부인한다면, 우주만물의 구성요소를 해체하는 것과 같고 기독교의 하나님을 없애는 것과 같다.

무신론자들은 예수라는 분을 한 역사적 실존인물로 인정하면서 동시에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할 수는 없다. 상식적으로도 세계 4대 성인에 들 만큼 고상한 인격을 지닌 자로 널리 공인받은 자가 터무니없는 거짓말쟁이일 리는 없다. 하나님을 자처한 그분의 말이 진실이라면, 막연히 신이라고만 알려져 있는 창조주 하나님의 존재도 자연스레 입증된다.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은 결코 나뉠 수 없는 한 하나님 곧 삼위일체이시기 때문이다!

예수라는 분을 통하지 않고는 하나님께로 가는 길이 없고, 죄와 죽음의 문제도 풀어낼 재간이 없다. 이 ‘일차방정식’ 구도를 외면한 채 죄와 죽음의 ‘고등수학’ 풀이에 섣불리 끼어든다면, 그 탐구는 밑도 끝도 없는 오리무중으로 끝난다. 예수 없이 신을 막연한 비인격적 용어의 하나로 남용하는 데 계속 맛들인다면, 철학이나 문학은 애석하게도 유일한 묘수를 놓치고 말 것이다. ‘비록 우리가 그리스도도 육신을 따라 알았으나 이제부터는 그같이 알지 아니하노라’(고후 5:16).


안환균 / 사랑의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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