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의 행복 - 케니 로저스

2010-01-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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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최소한 40대 이상의 사람들은 하얀 은발에 멋지게 기른 역시 은빛 턱수염을 트레이드 마크로 1980년대 전세계 팝시장을 풍미했던 케니 로저스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Lady’ ‘Lucille’ ‘The Gambler’ ‘She believes in me’ 등을 비롯, 달리 파튼과 함께 불렀던 ‘Island in the Stream’ 등 주옥같은 명곡으로 42곡 불멸의 대히트(Ultimate Hit)라는 기록을 보유할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팝 뮤지션입니다.

지난 연말 저희 월드비전 후원자 콜센터에 전화가 한 통 걸려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월드비전이죠?” “네 맞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네. 저는 케니 로저스인데요? 제가 돕고 있는 아이에게 연말 선물을 보내고 싶어서 전화 드립니다.”

전화를 걸어 온 후원자가 케니 로저스라는 말에 약간은 놀랐지만, 설마 그 유명한 가수가 대리인을 시키지 않고 직접 전화를 걸었을 리가 없다고 판단한 콜센터 여직원은 연말에 재미있는 후원자가 장난을 치는 것이라고 확신을 했습니다.


“아항! 케니 로저스님이세요?, 제 이름은 달리 파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저는 진짜 케니 로저스인데요?” “정말요? 저는 진짜 달리 파튼이거든요?” 당황한 케니 로저스와 귀여운 여직원의 황당한 대화는 이어졌고, 나중에 이 대화를 전해들은 우리 모두는 배꼽을 잡고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그가 진짜 케니 로저스임을 확인한 여직원은 얼굴이 홍당무가 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케니 로저스의 넉넉한 웃음 한 방으로 자칫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었던 사건이 재미있는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사실 그가 유명인사이기 때문에 그런 해프닝이 생겨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되었지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케니 로저스’들이 연말에 저희 월드비전의 무료전화를 돌립니다. 자신이 돕는 아이들에게 연말 선물을 보내려는 분, 밀린 후원금을 해가 가기 전에 완납하겠다는 분, 중단했던 후원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분 등등…. 경기가 좋을 때나, 좋지 않을 때나, 변함없이 사랑을 정성껏 나누는 후원자님들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20여년 전, 처음 월드비전 활동을 시작할 때에는 굶주림 속에서 초점 잃은 눈동자로 저를 쳐다보는 그 아이들의 눈빛이 저를 이끌었지만, 지금은 후원자님들의 맹목적인 사랑과 헌신이 저로 하여금 흩어지는 마음을 다잡게 합니다. 그만큼 후원자님들의 사랑은 생생한 감동 다큐멘터리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분들 모두가 케니 로저스요. 맥스 루케이도요, 김혜자입니다. 아니 더 귀한 존재들이지요
뉴밀레니엄이 왔다고 법석을 떨던 2000년대가 시작된 지 벌써 10년이 되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한국과 미주 한인사회에도 많은 사건과 변화가 있었습니다. 바람직한 변화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만, 제게 있어 가장 흥분되는 변화는 우리 한국인들의 ‘사랑 나눔’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것입니다.

2010년의 새해에도 그런 나눔이 있어 행복한 세상을 기대합니다. 케니 로저스와 달리 파튼은 듀엣곡 ‘Island in the stream’에서 이렇게 사랑을 노래합니다. “사랑은 맹목이라고 합니다. 사랑은 헌신을 요구합니다. 사랑은 물결 속에 떠있는 섬처럼, 하나가 되어 또 다른 세상을 향해 항해하는 것입니다. 서로 의지하면서 말이지요….”

박준서 / 월드비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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