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찾아가는 불교 지향 상점·병원서도 법문”

2010-01-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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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에만 머물지 않고
세속 대중에게 다가갈 것
2세들에 묵상·요가 전수
대안학교 설립도 추진


“앞으로 대중참여 불교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사찰을 운영하려고 합니다.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서로 돕고 이해할 때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혜안스님(49)이 모하비 사막 한 복판 태하차피에 소재한 태고사(8400 Juniper Way, Tehachapi)의 주지로 지난해 12월초 부임했다. 서각 작가인 그는 조계종 총무원 기획국장 시절인 약 15년 전 태고사 건축에 필요한 자료 수집차 한국에 온 예일대 출신 미국인 무량스님과 첫 인연을 맺고 도반(도를 같이 닦는 친구)이 되었다. 그 후 1999년 태고사에서 2주간 머물며 현판을 제작하는가 하면 2000년 대웅전 기공식에서 총무원장의 축사를 대독하는 등 중요 행사 때마다 도움의 손길을 내민 바 있다.


6일 본보 인터뷰에서 혜안스님은 “미국땅에 한국 불교를 알리려고 태고사를 창건한 무량 스님이 오래 전 하와이 수행처로 떠나고 약 4년간 주지로 수고한 원율스님이 몇 달 전 한국으로 귀국하면서 부족한 사람이 주지를 맡게 되었다”며 “스님과 재가불자들이 같이 수행하고 서로 이해하고 격려하는 도량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사찰에서는 사찰 운영, 행사 진행, 수행 등을 스님이 일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며 “좌선이든 행선이든, 기도든 절이든 신도들이 하고 싶어 하는 수행 방법에 귀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불교에는 ‘대중이 원하면 소도 잡아 먹을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중과 함께 하는 불교가 부처님의 진정한 가르침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혜안스님은 찾아가는 불교에 관심이 많다. “절에서만이 아니라 가정집이나 비즈니스에서도 법문을 하고, 죽어가는 사람도 찾아가 부처님 말씀으로 평화를 선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님들이 산 속으로 들어가 수행처를 만들고 참선하다 k보니, 불교가 대중으로부터 멀어졌습니다. 목성이나 화성에 가지 않는 한 세속을 떠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세속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불교를 만들어야 합니다.”

혜안 스님은 이밖에 곁길로 가는 한인 자녀들을 묵상, 요가 등을 통해 바른 길로 인도하는 프로그램과 용인대학교 무도학과, 동국대학교 경찰학과 대학생들과 이곳 2세들간 교환 방문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구상도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마약 중독 등 비행에 빠진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설립하는 게 꿈이다.

그는 “지금까지 물심양면으로 태고사를 도와 준 많은 불자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모하비 사막을 지나다 차 한 잔 마시고 싶어 들르는 사람들을 종교와 관계없이 환영한다”고 말했다.

15세 때 출가한 그는 강릉제일고등학교, 서울디지털대학교(법학사, 경찰학사), 불국사승가대 등을 거쳐 동국대학교 대학원 공안행정학과(행정학 석사)를 졸업했다. 자운율사를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으며,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의 재정국장, 문화국장 등을 역임했다.


또 동림사(경북 울진), 송림사(경북 칠곡), 만일사(전남 순창) 등의 주지를 지냈으며, 월정사 포교국장, 동화사 재무국장, 고운사 교무국장, 대구지방경찰청 경승, 춘천교도소 교정위원 등을 두루 거쳤다. 서각 작가로서도 실력을 인정받아 10여회의 개인전과 5회의 그룹전을 가진 바 있으며, 그가 제작한 현판과 주련(건물 기둥에 걸어놓은 글씨), 판화작품이 라스베가스 운주사, 대구 동화사, 의성 고운사, 진해 대광사, 북한 금강산의 신계사 등 다수의 사찰에 걸려 있다.

문의 (661)822-7776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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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안스님(49)이 지난달 초 LA에서 약 100여마일 떨어진 모하비 사막 한 복판 태하차피에 소재한 태고사의 주지로 부임했다. 그는 많은 전시회를 개최한 서각 작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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