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해에 기도로 부는 호루라기

2010-01-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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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시대 선지자들은 패역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그 죄악을 경고하고 회개하라는 호루라기를 불었다. 백성들의 반응은 없었지만 메아리 없는 호루라기를 계속해서 불었다. 기독교 윤리학자 손봉호 교수는 이를 ‘선지자적 비관주의’라고 부른다. 우리도 자격은 없지만 선지자의 심정으로 오늘의 교인과 교회를 향하여 잘못을 지적하고 각성을 촉구하는 호루라기를 불어왔다. 기독교윤리 실천운동을 하는 목적은 크리스천들이 성경 말씀이 가르치는 대로 바르게 살고 신앙공동체인 교회를 바르게 세워서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려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첫 번째로 신앙을 생활로 실천하는 운동을 한다. 출발점은 ‘나부터 사랑으로 나부터 바르게’이고, 실천 방법은 ‘정직하고 검소하게 나누며 살자’는 것이다. 정직한 삶의 일환으로 국민의 의무인 세금을 정직하게 내자는 캠페인을 우리는 펼쳐 왔다.

그리고 검소하게 살면서 불우한 이웃을 돌보자는 절제와 사랑실천 운동도 하고 있다. 한 달에 하루 금식하면서 절약해서 가까운 동족부터 돕자는 운동이다.
현재 북한에 세운 빵공장에서 빵을 직접 만들어서 북한 어린이들을 먹이고 있으며 젖염소를 보내 양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들을 살리고 중국 조선족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러시아 연해주의 고려인들에게 영농자금을 대어주고 있다.


두 번째로는 건강교회 운동이다. 교회가 건강해지려면 먼저 교인들의 영성이 깊어지고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 교인과 교회의 의식 개혁을 위해 계간 소식지를 내고 ‘성도여 개혁을 외쳐라’라는 논문집을 발간하고 건강교회 체크리스트와 교회모범 정관도 만들었다. 그리고 매년 건강교회 포럼을 개최, 교회의 권력구조, 규모, 재정, 선교, 사회봉사 등의 이슈를 다루면서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모든 노력이 얼마나 교회를 건강하게 하는데 이바지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결국 건강한 교회 세우기는 교회의 최고 지도자인 목회자에 달려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새해 벽두인 오늘은 존경하는 목사님들에게 교회 운영과 관련해 다음의 몇 가지 점에 유의해 주십사고 간곡히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역사 의식을 갖고 생활에 적용되도록 설교를 해 주십시오. ▲실생활과 연관되는 제자훈련, 큐티 등 영성훈련을 해 주십시오. ▲교회 운영을 민주적으로 하고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해 주십시오. ▲장로, 집사 등 평신도 지도자를 뽑을 때는 재력보다 신앙과 인격을 기준으로 삼아 주십시오. ▲교회 분열로 세상 앞에 수치를 당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 ▲신앙을 물려줄 2세를 배려하는 목회를 해 주십시오. ▲성장만을 목표로 한 목회를 지양해 주십시오. ▲선교비의 3분의 1을 구제와 사회봉사비로 책정해 주십시오. ▲교회에 부과된 세금을 꼭 납부해 주십시오. ▲헌혈, 장기 기증, 유산 안 남기기 등을 장려해 주십시오. ▲주중에는 교회 시설을 커뮤니티에 개방해 주십시오. ▲교회당 건축을 신중히 생각하고 결정해 주십시오.

끝으로 교회당 건축에 대한 사족 하나만 달겠다. 지금 한국에서는 제자훈련으로 유명한 어느 교회의 예배당 건축을 놓고 말이 많다. 건축비가 무려 2,500억원이라고 한다. 구세군 남비가 일년 모금하는 40억원의 60배이고, 배고픈 북한 인민학교 이하 어린이들이 1년간 먹을 식량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이 귀한 엄청난 헌금을 겨우 예배당 하나 짓는 데 밖에 쓸 수 없을까?

2010년 새해의 출발점. 기도하는 마음으로, 교인들과 교회가 바르게 되길 바라며 조심스럽게 호루라기를 불어본다.


유용석 / LA 기윤실 실무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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