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루지아 전쟁과 미-소 관계

2008-09-0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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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한미정치발전연구소장)

그루지아 침공으로 소련은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패권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미국은 그루지아 전쟁의 야만성을 대선 캠페인에 이용할 만큼 소련을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오바마는 외교문제의 취약성을 극복하고자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경험 많고 노련한 죠셉 바이든 상원의원을 부통령으로 지명했다. 대화와 타협만으로 국제사회를 통괄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기에는 아직도 지구촌 곳곳에 살벌한 전쟁의 광풍이 휘몰아친다.

그루지아 전쟁을 계기로 국제정치의 생생한 키워드를 읽어보는 것도 미 대선으로 분주한 미국 정치의 향후 외교라인을 점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남오세티아를 지원한 소련과 미국의 지원을 받은 그루지아와의 전쟁은 반세기 전 한국전쟁과 유사하다. 한국전쟁이 냉전시대를 고착화시켰다면 그루지아 전쟁은 신냉전시대로 가는 역사의 번복이라고 정치평론가들은 성급히 진단한다.다수 러시아 주민으로 구성된 남오세티아가 소련을 등에 업고 그루지아로부터 완전 독립을 요구하자 친미정권의 그루지아는 남오세티아를 침공했고 그에 대한 응징으로 소련은 막대한 군사력으로 그루지아를 초토화 시켰다. 여기에서 EU와 NATO 등이 석유자원 문제로 개입되자 국제정치학상의 복잡한 이권문제가 미소관계를 축으로 얽히게 되었다.


그루지아 전쟁은 아프가니스탄전이나 이라크전과 달리 미국이 직접 전쟁에 개입할 명분이 불분명하다. 소련의 팽창 저지와 중동지방에서의 미국의 패권 유지와 자원 확보라는 국익이 명확함에도 소련의 일방적인 침공으로 치달은 속수무책의 국지전이다. 미국은 전후 복구작업을 도울 뿐 아니라 세계 정상들의 G-8 회담에서 소련을 제외시키고 OECD와 WTO 가입을 거부하는 전략적 방법을 선택하고 있으나 소련의 제국주의 부활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소련은 과거 연방국가들의 독립 후 독자적인 행보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다 친미적일 뿐 아니라 나토 가입에 적극적인 그루지아를 침공함으로서 소련에 도전하는 어떠한 세력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막대한 석유자원으로 경제적 부를 누리는 소련이 과거의 영화를 재현하기 위해 군사적 제스추어를 쓰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루지아와 소련간의 3만5,000대 110만이라는 천문학적 군사력의 차이로 소련은 전쟁을 일단락시키는 듯 했으나 전쟁의 성공적 종결은 아직 미지수다. 소련은 철군 약속을 지키지 않을 뿐 아니라 남오세티아의 독립을 승인한다는 발표로 새로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소련과 이를 저지하려는 서방세계와 미국의 압박이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우기 유럽을 잇는 송유관의 핵심 통로인 그루지아에 대해 자원이 취약한 EU의 개입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중국의 부상을 두려워하는 미국에게 소련의 제국주의 부활은 치명적인 악재다. 무역과 경제교류를 통해 정치적인 포용과 견제를 동시에 추구하는 미중관계에 비해 미소관계는 해답이 없다. 1990년대 초 무너져가는 소련제국을 보며 쾌재를 부른 미국이 이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었다. 연방체제가 붕괴되면서 대부분의 위성국가들이 독립을 선언했고 독자적인 국가체
제 하에 개방정책을 구사하며 서구와 손잡고 소련에 도전하는 신흥국가들을 보며 아무도 쪽박 찬 소련의 부활을 쉽사리 예견하지 않았다.

미국이 중동에서 패권 유지와 석유 확보라는 두 가지 이슈로 고착되어가는 틈을 타 소련은 막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경제적 부흥을 이루며 패권 확보의 시나리오를 펼치고 있다. 과거 구소련 체제하에 있던 국가들에 복종과 충성의 군사전략을 강요하며 패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미소관계의 개선은 영원한 함수관계에 있다. 때에 따라 포용의 대상이 되는 중국과 달리 과거 냉전시대의 중심축이었던 소련은 미국과의 평등한 외교라인 구축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소련의 목적은 오로지 과거의 영화를 되찾아 국제사회의 패권경쟁에 다시 한번 중심축으로 떠오르는 것이다.신정부가 과연 소련의 이러한 야심을 간파하여 중동에서 소련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나토를 위시해 유럽과 연합해 소련을 요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패권 축소의 틈새를 치고 올라오는 러시아의 도전을 한층 업그레이드 된 미소관계를 통해 풀어나가는 것은 새 정부의 절대적 외교 능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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