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제는 전등불을 밝힐 때다’

2008-06-16 (월)
크게 작게
송성모(목사/커네티컷교회협의회장)

멀리 조국에서 들려오는 촛불시위에 관한 소식이 한달이 지나도록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으니 상심이 크다.

자기 희생을 통하여 ‘흑암세상’을 밝히겠다는 신앙과 자기 성찰의 촛불이 변하여 자기 주장을 앞세우고 자기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의 도구로 쓰여졌으니 가히 남을 책망하고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걷잡을 수 없는 ‘들불’로 비화하고 말았다.


이러한 ‘들불’은 자칫 ‘산불’로까지 번져가고 있다. 마침내 전국의 산하가 불에 타게 된다면 그 엄청난 손실과 위험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 쯤에서 촛불이 아니라 ‘전등불’을 밝힐 때가 되었다고 본다.온 국민이 잠도 안 자고 일도 안 하고, 학생이 공부도 아니하고 거리를 방황한다는 것은 실로 걱정되는 일이다. 이는 정부와 국회가 알아서 처리해야 할 일이지 거리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라고는 할 수 없겠기 때문이다.

이제는 감정적이기 보다 진지한 이성으로 보다 밝은 불 아래서 장차 우리 국민이 나아가야 할 ‘공동선’을 모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마도 기존 타결된 쇠고기 수입협상안이 FTA 비준을 염두에 둔 나머지 미국측을 자극하지 않으려다가 세심한 부분에서 실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재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한미 FTA 비준에 반대입장을 표명한 마당에 자칫 집토끼도 잃고 산토끼도 놓치는 결과가 오지 않을까 염려된다.차라리 어떤 면에서는 국민적 저항을 빌미로 쇠고기 문제에 대하여는 재협상의 명분이 주어졌다 하겠으나 과연 그로 인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 수도 있는지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일이다.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이 미국사람들 중에도 다른 인종과 마찬가지로 좋은 사람도 있고 간혹 나쁜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도 섞여 살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미국의 법과 제도에 대한 신뢰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상위에 있는 선진국이며 미국의 통상기준이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인정되고 있다 하더라도 때로는 ‘속이는 저울’로 파는 상인도 있을 것이다. 또 관리를 속이고 법을 지키지 않는 ‘악덕 상인’도 있을 것이고 총을 든 강도도 있으며 속이고 거짓말하는 자도 있는 것이다.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어느 악덕 상인이 한국인들이 갈비를 좋아하는 줄 알고 행여 거래조건으로 수입 금지된 ‘내장’을 몰래 끼워 팔 수도 있겠다면, 또 검역 당국이나 세관에서 일부 직원이 눈감아 주는 일이 발생하거나, 또 미국에서 몰래 들여온 ‘소 내장’으로 식당에서 ‘곱창국’을 맛나게 끓여낸다면, 그런 경우 과연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과연 오늘 우리가 받은 밥상에는 전혀 농약과도 무관하고 유전자 조작과도 무관하며 오로지 사랑과 정성만이 담긴 안전하고도 영양이 풍부한 음식물이 올려졌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최소한 입에 들어가는 사람의 음식으로 인하여 인류를 병들게 하거나 인간의 존엄성이 훼파되지 않도록 막아야 함은 지극히 당연지사라 할 것이다.
미국인들은 안전한 부분을 먹고 한국에 수출하는 고기는 위험한 것으로 내보낸다 함은 대다수 양식있는 대다수 국민들과 더불어 받아들일 수 없는 논리인 것이다. 더우기 우리는 마땅히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사랑’과 ‘평화’와 ‘자유’와 ‘정의’의 실천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과 그들이 모든 노력으로 인류사회가 보다 더 좋은 지구촌으로 발전하고 있음도 감사하는 바이다.

필자는 지난 달에 북한 라진,선봉지역엘 다녀왔다. 그들에게는 잡아먹을 소는 커녕 밭갈이 하는 소가 절대 필요하다 하였으며 광우병을 염려하기 전에 어린 자식과 노부모의 입에 들어갈 한 끼니의 양식을 걱정하고 있었다.촛불을 들고나선 자는 마땅히 자기를 희생하여 민족과 나라의 이익에 공헌할 뿐 아니라 인류 공영의 보편적 진리를 위해서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동참하기를 촉구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