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로 스쿨’ 분쟁

2007-10-3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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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율(교육학 박사)

요즘 한국에서는 ‘로 스쿨’ 제정법을 가지고 교육부와 사립대학과 논란이 많다. 먼저 이 문제를 다루기에 앞서 의례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로 스쿨’이란 학명부터 바로 잡았으면 한다. 자국의 말을 남겨두고 하필 영어로 중요한 학교 명칭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정식 명칭 ‘법정대학원’이 길다면 ‘법정대’ 혹은 ‘법대학원’ 등 다른 용어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법정 대학 논쟁의 초점은 입학 정원 수에 있다. 정부는 적은 수를, 사립대학들은 되도록 많은 수를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간 교육부는 학과나 학생 수를 제한하려고 하고 대학들은 어떻게 하든 학교를 확장하려 하였다. 그 이유는 대학을 개방하여 교육의 기회 균등을 주려는 이념에서가 아니라 학생 수가 학교 재정수입의 원천이 되어왔기 때문이었다. 학생의 수업료로 학교 확장만을 염두에 두고 교육의 질에는 관심이 없었다.


학교 재정을 비공개하고 친인척이 학교를 운영해 오며 그 결과 많은 학교 재벌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이러한 대학의 실정 때문에 교육부는 이제까지 대학의 자율성을 부여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법정대학 정원 문제도 대학이 공공 교육기관으로 학생과 사회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신뢰받는 기관이라면 자율에 맡기는 것이 당연한 처사라고 하겠다. 그러나 대학들이 높은 정원수를 고집하는 숨은 의도는 다름 아닌 경제적 면에 있다고 본다. 장차 갑작스레 증가되는 변호사들의 개인이나 사회 문제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립대학들은 정원수로 사활을 걸기 전에 먼저 사회에 공헌하는 법정 대학으로 발전시킬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스스로 반문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교과 과정을 제공할 수 있는 명망 있는 충분한 교수진과 그를 뒷받침 할 연구시설, 재정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제도 등이다.
이곳 미국 명문 법대는 3분의 1에서 거의 반 정도가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여건이 갖추어 질 때 국내 법조계 뿐만 아니라 세계의 인권, 환경, 분쟁 등을 취급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법률가를 배출할 수 있는 것이다.

정원수가 학교가 우수대학으로 가는 기본요건은 아니다. 예일 법대는 미국에서 가장 우수한 학교로 알려져 있다. 이 학교 입학 정원수는 190여명이며 세번째로 꼽히는 스탠포드 법대는 약 170명이다. 그 반면 가장 하위권의 Thomas Cooley Law School(MI)대학은 1,200명 정도이다. 예일대학은 교수 학생 비율이 7:1이며 큰 교실에서도 교수가 좌석표를 보지 않고 학생 이름을 부를 수 있다고 한다.1학년 후에 제공하는 과목만 150개나 되며 1학년부터 ‘이민, 공익법 제정, 가옥 임대 분쟁’ 등 14개 부문에 걸친 실험 교실도 있어 교수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한다.

하버드는 550여명을 모집하는 대형 법대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저명한 80명의 정교수와 119명의 강사를 가지고 250 선택과목을 제공하고 있다. 교수 학생 비율은 11:1이며 법대 도서관은 200만 장서를 가진 세계 최대의 규모이다. 스탠포드 역시 11:1 비율로 국제법, 환경법 등에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강의를 개방하여 타 과 학생들과의 교류를 장려하고 있다.

위의 예를 보듯이 적은 학생수를 가지고 개성있는 대학으로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한국 교육계의 병폐인 일률성을 지양하고 다양성 속에 특수성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법대는 법조계를 위한 좁은 목적의 교육기관이지만 정의로운 사회발전, 나아가서는 세계의 변화를 도모하는 인재를 양육하는 넓은 비전을 가지고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이념을 가진 학교는 학생과 사회가 존중하는 우수 학교로 발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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