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운전면허 정책 이래도 되나

2007-10-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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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체자들에게도 운전면허를 발급한다는 정책을 발표하여 이민자 사회의 대환영을 받았던 엘리엇 스피처 뉴욕주지사가 리얼 아이디법의 시행을 전격 발표하여 충격을 주고 있다.

스피처 주지사는 지난 주말 워싱턴에서 국토안보부 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이 제시한 새 운전면허정책과 리얼 아이디법을 함께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뉴욕주 운전면허에 차등 면허증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스피처 주지사의 계획에 따르면 뉴욕주는 3가지의 운전면허증을 발급한다.

한 가지는 시민권자와 합법체류자에 주는 신분증을 겸한 운전면허증이고 또 한 가지는 서류미비자에게 주는 운전면허증, 그리고 나머지 한 가지는 캐나다 국경지역에 거주하는 시민권자에게 캐나다 왕래시 사용하는 여권 겸용의 운전면허증이다. 이 가운데 서류미비자에게 발급하는 운전면허증은 운전을 위한 용도에만 사용할 수 있으며 어떠한 목적으로라도 신분증으로는 일체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실시되면 뉴욕주는 실제로 리얼 아이디법에 따르면서 불체자에게 운전만 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셈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불체자의 색출이 자동으로 가능해지기도 한다.연방 차원으로 추진된 리얼 아이디법은 각 주에서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현재까지 애리조나, 버몬트, 워싱턴주 등 3개 주만이 시행방침을 밝혔으며 17개 주가 반대법안을 제정하여 전국적 시행이 어려운 상태에 놓여있다. 그런데 이번에 뉴욕주가 느닷없이 이 법을 시행하겠다고 나선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스피처 주지사가 리얼 아이디법을 실시키로 한 배경에는 정치적인 의도도 깔려있을 수 있다. 지난번 새 운전면허 정책을 발표하여 이민자 사회의 희망사항을 들어주면서 이번 리얼 아이디법 시행방침으로 점증하는 반이민자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이중 플레이라는 인상이 짙다. 사실 최근들어 반이민 무드는 무시할 수 없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선거에서는 투표권이 없는 불체자 보다는 이들 반이민자들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주지사 뿐만 아니라 뉴욕주의 다른 선거직 공직자들도 불체자의 운전면허 정책에 적극적으로 앞장서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뉴욕주는 다른 어느 도시보다도 불체자들이 많은 뉴욕시를 포함하고 있어 이 불체자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뉴욕시는 물론 주의 경제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들에게 신분증을 발급하여 활동범위를 넓혀주면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뉴욕주정부는 리얼 아이디법 실시를 재고해야 할 것이며 이민자 권익단체는 뉴욕주의 운전면허증 정책의 변경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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