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찰로부터 티켓을 받으면

2007-10-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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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법정통역)

경찰이나 기타 사법기관으로부터 위반한 사항이 있어서 법원에 출두하라는 소위 티켓을 받고 그 요령을 몰라서 당황하는 사람들의 문의를 많이 받는다. 제일 많은 질문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느냐 하는 질문이다.
티켓에 적힌 피의자가 법인(法人)(Corporation)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변호사 없이는 재판해 주지 않는다. 그렇지 않고 개인인 경우에는 변호사를 선임할 의무는 없다. 이런 경우 꼭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는 없고 일단 법원에 나가서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 때 변호
인 선임을 위해서 재판을 연기받을 수 있으므로 지레 겁을 먹고 미리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는 없다.

재판에 임하면 제일 먼저 판사는 “티켓에 지적된 위반사항을 시인하느냐”(Guilty)부터 묻는다. 그 대답이 “예스”이면 그 이상의 다툼이 필요 없으므로 판사는 벌금을 선고하고 재판은 끝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대답이 “아니다” 즉 “Not Guilty”라고 하면 판사는 더 이상의 질
문도 없이 다음 재판날을 정하고 연기하게 된다. 그 이유는 그 티켓을 발부한 경찰을 불러서 대질 심문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기된 재판날에 경찰이 출두하면 양쪽이 모두 상황 설명을 할 기회가 주어지고 판사는 양쪽의 진술을 듣고 판결을 하게 된다.연기된 재판날에 경찰이 출두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재판은 다시 연기되고 두번째 연기된 날에도 경찰이 출두하지 않으면 사건을 기각하게 되는 것이 관례이다.

판사의 “Guilty(유죄)”냐 “Not Guilty(무죄)”냐의 질문에 Guilty라고 시인은 하지만 상황 설명을 하고 싶다고 대답해야 할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인들이 많이 당하는 경우인데 야채가게나 델리 스토어에서 손님이 많이 몰려서 케셔 앞에 줄을 서 있는 시간대에 경찰이 고의로
주로 대머리거나 나이 들어보이는 미성년자인 경찰학교 학생을 시켜 맥주를 사오게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 미성년 청년은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서 캐셔 카운터에 돈을 던져버리고 나가버린다. 그러면 바깥에서 기다리던 경찰이 들어와서 지금 그 미성년자의 ID를 확인하지 않았
다며 티켓을 주는 트랩(Trap)형 단속이 상당히 많다.

물론 이런 트랩이 반드시 합법적이라 할 수는 없으나 실제로 이런 수법을 쓰는 질이 좋지 않은 경찰이 많은 것이 사실이고, 업주는 억울하게 벌금바가지를 쓰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런 경우라면 그 상황 설명만 조리있게 한다면 기각이나 기소유예(ACD) 판결을 받아낼 수 있는 확률이
아주 높다. 경찰은 이런 경우에 맥주를 사가지고 나온 미성년자의 정확한 생년월일과 사가지고 나온 맥주의 브랜드 이름을 구체적으로 그 티켓에 기재해야 이 티켓이 유효하다.많은 경우에 경찰이 이런 사항을 부실기재해서 자동으로 사건이 기각되는 경우도 많다.

한번은 길에서 맥주를 마시다 티켓을 받은 사람이 있었는데 이 경찰은 필경 술을 마실 줄도 모르는 경찰인지 맥주 이름을 엉터리로 적어 넣어서 사건이 기각되는 경우도 있었다.대질 심문을 위해 연기된 날에 경찰이 출석하면 판사는 경찰의 설명을 들은 다음 피의자의 설명과 피의자가 경찰에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여기까지 왔으면 상황 설명을 조리있게 설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는데 여태까지의 나의 경험으로는 한국인 치고 조리있는 상황 설명을 하는 사람을 한 사람도 본 일이 없다. 대부분 자기가 억울하다는 생각만 앞서서 미리 흥분부터 하는 것이 한국인들의 일반적인 습성이다.흥분한 나머지 조리있는 질문은 커녕 소리만 커지다가 자기 설명도 못하고 재판에 지고 마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대개 억울할수록 더 목소리만 커지고 상대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재판정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그런 싸움판이 아니다. 아마 한국인의 교육 시스템 때문이라 생각되는데 거의 모든 한국인들은 소위 6하원칙에 맞추어 앞뒤 조리에 맞게 설명하는 재간이 없어서 언제나 손해를 본다. 그런 다음에는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억울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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