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래 꽃밭에서 놀다

2007-10-2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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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교육가)

‘꽃밭’이라는 말은 여러 가지를 떠올리게 한다. 알록달록한 색깔, 가지가지의 모양, 제각기 다른 향기 등 다양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꽃밭은 꽃모임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림 꽃밭, 글씨 꽃밭, 노래 꽃밭, 이야기 꽃밭, 어린이 꽃밭 등 각종 모임의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일컬어 말할 수 있다.

얼마 전에 동요 꽃밭에서 한동안 신나게 놀 기회가 있었다. 한국음악재단이 마련한 ‘권길상 동요의 저녁’은 동심이 가득 찬 밝고 명랑한 한바탕의 노래 모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동요 300곡을 작곡하신 권선생님의 노래를 부르며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장내의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그 때 그 날로 돌아갔다.주최자 측이 아담하고 예쁘게 꾸민 프로그램과 진행은 빈틈이 없는 세련미가 있었다. 출연자들인 일류의 전문가들이 드레스와 정장을 하고 부르는 동요는 또다른 선율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었다. 동요는 어린이들의 노래니까 어린이만 불러야 하는가. 아니다. 어른과 어린이가 한데 어우러져 부르면 더욱 즐거운 노래이다. 그래서 차를 타고 드라이브하는 동안 가족이 함께 한국 동요를 부르면 얼마나 즐거울까. 그러려면 부모와 자녀가 같이 알고 있는 노래가 있어야 하는데…. 학교와 가정에서 어른과 어린이가 같이 노래 부르는 기회를 자주 가질 수 밖에 없다.


자녀나 학생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려면 부모나 교사가 그들과 함께 일을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청소를 하거나 물건을 정리할 때도 그들이 돕도록 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어른과 함께 일하는 동안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일하는 차례, 필요한 기구, 기구 사용법, 일하는 기술,
뒷처리 방법 등을 마음과 몸으로 기억하게 된다. 백 마디의 말보다 효과적인 것은 실습하는 것이다. 그것도 어른과 함께 실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어른과 어린이가 힘을 합하기 좋은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집안팎 청소, 꽃밭 가꾸기, 간단한 가구 만들기와 수선, 쓰레기 정리, 가축 돌보기, 차 닦기, 게임도구 만들기, 가족 행사 계획과 준비, 가족신문 만들기, 사진첩 정리, 우편물 정리, 게임하기, 운동하기… 등 수없이 많다.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일하거나, 공부하거나, 노래 부르거나, 게임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것은 어떤 장점이 있을까. 어른과 어린이 양쪽에 정신적으로 좋은 효과가 있다. 첫째, 즐겁다. 둘째,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셋째, 서로 의지하게 된다. 넷째, 서로의 존재 가치를 알게 된다. 이런 변화는 얼마나 중요한가.현대의 가정생활은 각 개인이 자유로운 공간을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가족은 엉기는 힘을 잃고 제각기 흩어지는 경향이 있다. 뿔뿔이 흩어진 각 개인은 가족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자녀교육 중에서도 인성교육이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잊게 된다. 허술한 인성교육은 지적교육의 토대를 제대로 이루지 못 한다.

권길상 선생님의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왜 그렇게 많은 동요 작곡을 하시게 되셨습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 퍽 인상적이다. ‘동요의 노래말이 얼마나 예쁘고 아름답습니까’ 어린이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노래말의 아름다움을 음미하게 되면 얼마나 즐거울까. 노래말과 곡의 흐름에 한국 정서가 담뿍 담겨있지 않은가. 그 가락을 느끼게 되는 것이 한국을 이해하는 길이기도 하지 않은가.

또다른 질문은 ‘아주 젊게 보이시는데…’였었고, 그 분의 답은 ‘어린이들 가까이 있으니까…’였었다. 어린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많이 가질수록 젊어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같이 살고 있다는 것과, 같이 일하고 같이 논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어린이들은 어른의 마음을 순화하고 젊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사회를 정화하는 힘을 가졌다.

한국내의 표현대로라면 그 분은 ‘국민 동요 작곡가’이시다. 이 날 행사의 끝마무리는 작품 중에서도 국민 동요가 된 ‘꽃밭에서’를 출연자와 참석자 전원이 노래 불렀는데, 미국내 각 지역 모든 어린이들과 함께 부르고 싶었다.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아빠가 메어놓은 새끼줄 따라/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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