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겁한 네가지 ‘척’

2007-10-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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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유스 앤드 패밀리 포커스 대표)

십대, 사춘기라는 미명 아래 자행되는 많은 일들… 모든 게 다 용서받을 수 있는가? “그럴 수 없다”가 현실이 주는 대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많은 부모들은 “사춘기니까”라며 너그러운 척, 모르는 척, 믿어주는 척, 쿨한 척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내가 만나는 많은 부모들처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며 안타까이 발을 동동 구르는 부모들이 훨씬 인간답고 부모 답다. 그리고 그런 자녀들은 그저 그 또래의 아이들 답게 잠깐 혼란스러워 하다 자신들의 자리를 잡게 되는 평범한 사춘기를 지나게 된다.자신의 딸이, 아들이 틴에이저 답지 못한 행동과 삶을 살고 있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이 앞에서의 네 가지 ‘척’으로 비겁하게 타협해 버리고 있는 부모들로 인해 그 자녀는 물론 그 자녀로 인해 수많은 다른 청소년들이 구렁텅이로 빠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그 부모가 외면하고 있는지 끔찍함이 느껴진다.


자식은 부모의 책임이다. 자녀가 학생으로서, 미성년자로서의 신분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다면 위기의식을 가지고 내 아이가 왜 그러한 행동을 하는지 가정과 가족의 관계, 분위기 등을 진지하고 정직하게 되돌아 보고 문제점이나 원인을 함께 찾아내 개선하고 협력해야 한다. 그래서 새롭게 자녀가 돌이키고 시도해 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가족 전체가 해야 하는 시작이 필요하다.자녀의 드러나는 행동만을 지적하고 꾸짖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원인이 아빠일 수도, 엄마일 수도, 부부의 관계일 수도, 경제적 이유일 수도, 그리고 자녀 자신의 숨겨진 죄의식, 갈등, 상처, 소외감, 수치심, 내성적인 성격, 절제되지 못하는 감정 등 수 십 가지의 원인들이 그 속에 있는 것이다.

유스 앤드 패밀리 포커스에 들어오는 케이스들 중에 심각성을 보면 무조건 자녀를 닥달하고 강압적으로 꾸짖는 방법으로만 들이대므로 더더욱 자녀가 극단적인 타락으로 가게끔 하는 무지한 부모들이 있는가 하면, 자녀의 돈 씀씀이, 밤 늦게 돌아다니는 잘못된 행동, 술이나 마약까지도 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알면서도 가장 비겁하게 타협하는 앞에서의 4가지 ‘척’으로 인해 자녀의 이중생활을 그냥 눈감아 주는 것으로 인해 그 주위의 청소년들이 심각한 일들을 빚어내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음에도 정작 그 부모는 모른다는 것이다. 아니 모르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상급생이 신입생을 괴롭히는 신입생 신고식이라는 미명아래 자행되는 수많은 일들은 끔찍하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그것이 갱들의 지시 아래, 그리고 특별한 목적 아래 자행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때로는 갱이 직접 참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들은 뒤에 가려있고 상급생들을 지도 명령함으로 이루어진다.여학생들은 무릎을 꿇게 하고, 상의를 벗기고 가장 수치심을 느끼게끔 여성의 중요한 부위들을 고통스럽게 고문하는가 하면, 멍이 들지 않는 방법으로 무섭게 때려주기도 하며, 담배를 뜯어놓고 그것을 그냥 먹으라는 고문스러운 명령을 하기도 한다.

이런 일을 당한 신입생들은 혼이 나갈 정도로 겁에 질린다. 집에 와서는 부모에게 말도 하지 못하거나 절대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며 신고하면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며 벌벌 떨고 학교를 가지 못한다. 이러한 일들을 자행하는 아이들이 바로 위의 네 가지 ‘척’의 부모의 자녀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나는 부모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자녀가 이러한 일을 당했을 때는 전문기관에 의뢰하고 협력을 받아 경찰에 꼭 신고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청소년들의 영혼을 파괴하고 악으로 떨어뜨리는 악습관의 고리를 벗어날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보호받으며 아름다운 생명의 꽃으로 피어나야 할 우리 자녀들의 영혼이 그늘지고 피멍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척’으로 타협하는 비겁한 부모의 모습에서 위기의식을 가지고 가정을 돌아보는 부모들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필요하다.
이젠 충분히 위기의식을 외면해서 보글보글 김이 올라오는 서서히 달구어지는 용기 속에 앉아있다 익어 죽는 개구리의 미련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젠 깨어나야 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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