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의 학교문화 극복하기

2007-10-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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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진(뉴욕가정상담소 어린이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아이를 가지고 있는 부모라면, 미국에서 자주 경험하게 되는 일 중의 하나가 한국과는 다른 미국 학교 문화일 것이다.한국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던 것이 이곳에서는 큰 문제로 여겨지면서 많은 부모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는 아이들이랑 놀면서 가볍게 밀거나 어깨 같은 곳을 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약한 강도의 욕이나 친구와 껴안고 바닥을 뒹굴어도 아이들 사이의 애정 표현(?)으로 생각하지 이것을 큰 문제로 여기지는 않는다.


그런데 미국은 다르다. 아이들과 장난이라도 서로 몸을 밀치거나, 꿀밤이라도 때리면 바로 선생님으로부터 편지나 전화가 오게 마련이다. 줄을 잘못 선다거나 쉬는 시간에 소리를 크게 질렀다거나 혹은 짝궁과 수업시간에 장난을 쳐도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심각한 학교측의 반응을 경험하게 된다.이러한 미국의 학교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과 부모들은 처음에는 당황해서 허둥거리고 좀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답답해 하고, 혹여 아이의 행동으로 인해 학교로부터 여러 차례 경고를 받거나 심각한 제안이라도 받으면(검사를 해보라는 등의) 분노하거나 그런 결과를 만들어낸(?) 아이를 비난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이나 감정들은 다른 이문화(異文化)에 적응하는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는 당연한 현상이다. 개인에 따라 쉽게 받아들이거나 힘겹게 받아들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사실 학교 다니는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어느 나라에서 왔던 상관 없이 누구나 한번은 경험하는 스트러글(Struggle) 중의 하나이다.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에게 이런 다른 문화에 적응하는 것은 그들만의 독특한 어려움을 창출해 내며 그들이 경험하는 어려움은 그들이 어떤 문화적 배경에서 왔느냐에 따라 다르다.

그러면 한국 이민자들에게 이러한 다른 미국의 학교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을 힘들게 하는 한국문화의 특징은 무엇일까? 그것은 관계에서 개인의 영역(boundary)을 명확하게 구분짓지 않는 한국문화의 특징에서 온다.
이것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적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한국인들은 사람을 사귈 때 그 사람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알고 싶어하고 또한 그렇게 친분을 맺어야 진정한 관계라고 생각하고 또 교육 받아 왔다. 이제는 한국도 서구의 영향을 많이 받아
이러한 특징이 많이 완화된 것이 사실이지만 뿌리 깊이 일상생활에 남아있는 것들의 영향은 참으로 크다. 그래서 잦은 신체적 접촉이나 강하지 않은 어조의 욕은 오히려 애교있고 친근감의 표현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관계 안에서 나 개인의 경계는 약해지고 ‘우리’라는 개념이 더욱 강조된다.

그러나 미국은 개인의 경계를 ‘우리’의 경계보다 중요시하고 존중하는 문화이다. 그래서 신체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개인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에 예민하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학교를 통해 그것을 배운다. 그래서 학교 내에서 규율을 지키는 것에 한국보다도 더 엄격하고 어찌 보면 사람 숨통을 조일 만큼 강박적이라는 느낌도 준다. 그래서 공적인 자리에서의 애정어린(?) 욕설도, 약한 신체적 접촉도, 장난스러운, 그러나 조금은 공격적인 제스처도 용납이 된다.

이러한 미국 교육의 특징이 ‘우리’의 가치를 중요시하며 살아온 한국인들에게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고 때로는 답답하고 때로는 화나게 만든다.
다른 나라에 산다는 것은 그 개인에게 여러가지 변화를 요구한다. 먹는 것과 입는 것과 사는 것의 변화 외에도 생각과 인식의 변화도 요구된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이민자들은 아이들과 함께 미국의 문화를 학교를 통해 배운다. 때로는 그것이 안 그래도 쉽지 않은 미국 생활을 더 힘들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것이 개인의 문제이기 이전에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오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면 좀 더 수월하게 그 차이를 극복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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