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쟁을 모르는 사람들

2007-10-24 (수)
크게 작게
김일호(퇴역장교)

4,800만의 힘을 합쳐 뽑아서 국가수반으로 세웠더니 노자돈 들여 한 보따리 등짐 지고 적진에 들어가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아첨 떨며 손뼉 치니 5천년 역사를 그리 만들라더냐 하고 구천의 영령들이 하는 질타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어쩌다 북녘땅은 피빛으로 물들었나! 하던 김삿갓의 한 서린 말귀가 방송에서 나와 참혹한 전쟁을 일으킨 자들을 원망하던 낭낭한 소리조차 들어보지 못한 아이들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철없는 짓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세상이 변해도 너무나 변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너나 할 것 없이 우리나라를 공산정권의 왕권체제로 만들기 위한 공산통일전쟁을 야기시킨 피로 물들인 한국전쟁을 겪어본 한국인이라면 어느 한 사람 피해자가 아닐 수 없다. 공산침략자의 편에 섰던 피해자가 아니라면 가히 그들 편에 설 수 없는 일을 자행할 경우, 잘못 선출한 우리의 실수로 우리 모두가 책임을 면할 수가 없는 일이다.


혹자는 감정에 치우쳐 달래야 할 악한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내가 죽느니 같이 죽자 하고 달려들 자들을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영문 약자로 NLL은 아마도 North Limited Line으로 북쪽으로 갈 수 있는 끝의 철조망 둘러친 해상의 선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전쟁중에 한 뼘의 바다와 땅을 차지하기 위해 휴전일인 1953년 7월 23일 전의 지상, 해상 공중전에서의 치열한 전투에 이어 전사한 영령들의 피로 차
지한 선이 소위 북방한계선, 즉 NLL이다. 영령들은 통곡할 일이다. 나라를 수호하기 위해 피 한방울 안 흘린 사람들이 하는 행태를 보고 영령들은 얼마나 가슴을 칠 것인가! 적군들의 총칼에 희생되어간 영령들의 통곡 소리가 국군묘역에서 들려오는 것 같다.

북경에서 6자회담이 있은지 며칠이 되지 않은 지난 주, 공영방송 채널 13에서 방영한 방송에 6자회담의 주역인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과 호스트인 찰스 로스의 대담에서는 북측의 요구대로 테러리스트 지원국의 리스트에서 삭제 요구를 들어줄 것인가 질문의 요지였다. 방송에서 크리스토퍼 힐은 북한정권의 테러행위의 실례인 비행기 폭파와 방콕의 전두환 일행의 폭파 살상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 역사를 부인하는 정책을 어떻게 구사하느냐고 반문하지 않던가.이러한 국민을 가진 정권의 처사가 과연 국민이 원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는 곧 마적이나 해적, 또는 갱단의 집단에서 자행하는 폭력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러한 행적이 한 나라의 이름으로 자행한 것이 수치스러웠던가. 뉘우침보다는 오히려 정신병자가 칼부림하는 식의 핵무기로 무장해 “나를 건드리는 자, 너 죽고 나 죽으리라’는 식의 작정으로 임하는 집단에게 스스로 보태주는 것이 인기를 만회하고저 하는 의도인가, 아니면 그들이 보여주고 싶은 얼굴들만 골라 남북의 이산가족을 만나게 해서 해어져 만나지 못하는 눈물 많은 민족의 연민을 자아내며, 그도 아니라면 무언가 모르는 노벨상 심사위원들의 동정심을 핑계한 돈들여 사는 평화상으로 호도하는 것인가 의심하는 사람들의 의문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공산집단’이란 용어 조차 이들에게 붙이기는 아까운 우리말이다. 공산당의 기습을 막아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우리 동족이 비명에 갔으며 다른 나라의 생명들은 또 얼마나 많이 죽어갔는가.그러한 호전적인 침략집단을 어떻게 돈으로 사서 달래보겠다는 것인지, 정신이상자가 아니고서는 할 수 있는 처신이 아니다.한국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되면 임금님 알현하듯 해야 하는 속물 근성이 관습화되지 않나 염려가 앞선다. 무엇이 아쉬워 그에게 ‘통치력 있는 지도자 답다’며 우러러 손뼉 치면서 아부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