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에서 투표하기

2007-10-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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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춘(페어필드 트레이드)

매년 11월은 미국의 연중행사 중 하나로 투표일이다. 공휴일도 아니어서 투표에 임하려면 약간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시민권을 가진 사람에게는 타운 정부에서 모의 투표용지가 10월에 우편으로 오고 장소와 시간을 안내한다.아직도 이민 1세대에게는 영문 투표용지가 낯설기만 하고 각급 정부의 의결사항을 묻는 찬반의 의사 표시도 어려울 때가 많다.

대통령 후보에서부터 상하의원, 지방정부의 공직자 이름이 나열된 영어 이름들은 더욱 낯설기만 하다.올해에도 뉴욕 한인 유권자등록은 4,000여명이나 늘었다고 하며 뉴욕시의 한인 유권자는 3만명에 육박한다고 보도되었는데 과연 금년에도 그 중 몇 퍼센트나 투표에 참가할 지 미지수다.우리는 소수민족으로서 정치 참여만이 우리의 권익을 찾을 수 있다고 하는 원론적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어왔다. 우리가 직접적인 공직 출마를 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투표 참여 뿐이다.


투표일에 기표하러 들어가면 누가 투표에 참여했는가만 선거인 명부에 공개 기록된다. 그 명단에 김씨, 이씨, 박씨 등 한인 이름이 줄줄이 들어차 있다면 그 한인들의 숫자가 3만명에 육박한다면, 표를 모아야 하는 입후보자는 다음 선거에 그 소수민족 그룹에 고개 숙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미국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영어이름에 누가 누구인지도 몰라서 흥미가 없어도 우리 한인들이 어느 정당, 정책, 개인 선호 불문하고 투표기에 개똥이, 막동이만 찍어도 정치참여 효과는 백퍼센트 달성된 셈이다. 투표용지에 인쇄된 금순이를 찍었든, 힐순이를 찍었든 나의 의도와 상반된 인물에게 투표하였든 비밀투표용지를 볼 사람은 없으니 시비 대상도 아니다.

시민권자로 선거인 등록을 마치고 투표용지를 받으면 지정된 투표소에 가서 선거인 명부에 내가 왔다는 기록을 남기고 후보자가 누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이면 고민하지 말고 손가락 가는대로 갑돌이든 갑순이든 찍고만 나와도 우리들의 정치적 파워는 탄력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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