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시황과 수은 중독

2007-10-20 (토)
크게 작게
추재옥(의사)

진시황의 시신이 2천여년이 지난 후에야 빛을 보게 되었다고 전한다. 그는 그 당시에 만병통치약이었던 수은을 하루 한 컵씩 마셨다고 한다. 수은은 매독성 피부종창에 오랫동안 쓰여왔지만 경구용으로는 독성 때문에 쓰이지 않고 만약 수은 주사를 맞게되면 흔적도 없이 즉사한다.

산동성 시찰차 나갔다가 수은 중독으로 소리없이 죽자 시신을 수은으로 감싸고 수은으로 강을 만들어 띄워 놓았다고 한다. 물론 거대한 지하 수은강을 만들었던 일꾼들은 거기서 나오지 못하고 생매장을 당했을 것이다.생선에도 수은이 많이 검출된다고 한다. 혼자서 사시미를 다 집어삼키는 사람들은 빨리 유언장을 만들어 놔야겠다. 와인에서도 발암물질인 에칠 카바메이트가 다량 검출되고, 중국산 술 속에는 발암 감미료가 많이 함유되었다고 한다. 고기나 랍스터를 매일 먹는 부자들은 동맥혈관이 야금야금 막혀가는 것을 모르고 산다.


대부분 혈관질환은 정맥보다 산소가 풍부한 동맥혈관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활성산소는 혈관 안쪽을 계속 녹슬게 하고 있다. 산소가 비교적 희박한 고산지대인들이 오래 살고 산화작용을 막는 항산화제품들이 장수용으로 인기가 있다.골다공증에 좋다는 칼슘도 많이 먹으면 몸안에 돌이 생긴다. 비타민도 많이 섭취하면 중독 증상이 나타난다. 엔돌핀은 몰핀과 화학구조가 비슷하다. 운동경기나 골프 장타를 날릴 때는 엔돌핀 보다는 아드네날린이 더 필요하다. 몰핀이 통증 치료에는 효과가 있으나 중독이 되어 핵가닥하여 낄낄거리고 웃기만 하다가 갑자기 송장처럼 엄숙해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내 아내는 알칼리수 만드는 기구를 비싸게 사들여 놓고 혼자서 오래오래 살겠다고 계속 퍼 마신다. 위에서 정상으로 분비되는 염산이 알칼리 중화가 되어 음식 되새김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우리 몸은 너무 산성이나 알칼리성이 되는 극단을 막기 위해 ph가 7.4를 계속 유지하면서 신장과 폐에서 끊임없는 중화작용을 하고 있다. 식물도 너무 산성토양이거나 알칼리에서는 재배가 안 된다.몸안의 중요한 전해질인 K는 3.5~5 사이가 정상치이고 그 이하나 그 이상이 되어도 심장마비를 초래할 수 있다.

상생상극의 예를 들자면 끝이 없다. 불가근 불가원(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리도 하지 마라). 몸과 마음의 조화를 이루는 공자의 중용 지도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