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한 마디로 통(通)이다

2007-10-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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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생(生)이 멸(滅)이요 멸이 생이다. 선(善)은 악(惡)이요 악은 선이다. 에너지가 변하여 질량이 되고 질량이 변하여 에너지가 된다. 물이 얼면 얼음이요 얼음이 녹으면 물이다. 물이 변하여 증기가 되고 증기가 변하여 물이 된다. 생이 멸이요 멸이 생이라 함은 생겨지는 것은 사라지고 사라지는 것은 생겨난다 함이다.

내가 너요 너가 나다. 너와 나가 합하면 우리다. 우리는 세상이다. 세상은 우주다. 우주는 바로 나다. 나는 우주다. 모두가 하나다. 너 속에 내가 있음으로 나를 사랑하는 것이 너를 사랑하는 것이다. 나 속에 너가 있음으로 너를 사랑하는 것이 나를 사랑함이다. 너와 나는 둘이 아니다. 둘이 아닌 하나다. 하나는 전부다. 전부는 모두다. 모두는 우주다. 선(善)과 악(惡)의 중간이 아니다. 선 안에 악이 있고 악 속에 선이 있다. 너와 내 안에 신성(神性)이 함께 있다. 나와 너 안에 악성(惡性)이 함께 존재한다. 하늘이 나요 내가 하늘이다. 하늘과 사람과 우주가 셋이 아니다. 하나다. 갈라놓을 수 없다. 사람은 흙속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 흙은 모두를 받아주고 하늘은 흙을 덮어 준다.


평등(平等)은 사람의 키를 똑같이 만드는 게 아니다. 키 큰 사람은 큰 대로 작은 사람은 작은 대로 그냥 두는 게 평등이다. 평등은 자연(自然)이다. 사람과 하늘과 땅을 그대로 두는 게 평등이다. 태어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자연이다. 사람도 자연이다. 자연 안에 사람이 있고 사람 안에 자연이 있다. 사람 안에 화수목금토(火水木金土)가 다 있다. 파도와 바다는 하나다. 바다 안에 파도가 있고 파도가 바다 안에 있다. 파도를 보고 바다를 보았다 함도 아니요 바다만 보고 파도를 보았다 함도 아니다. 나무와 숲은 하나다. 나무가 숲이요 숲이 나무다. 나무와 숲은 갈라놓을 수 없으니 숲만 보고 나무를 보았다 함도 아니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았다 함도 아니다.

찰나(刹那)가 영원(永遠)이요 영원이 찰나다. 찰나, 즉 순간순간이 영원이요 영원함은 순간순간을 품어 안으며 살아 있다. 살아 있음이 영원이요 영원이 살아있음이다. 숨을 쉬는 것과 숨을 쉬지 않는 것은 둘이 아니다. 숨을 쉼과 숨을 쉬지 않음의 중간이 아니다. 쉬던 안 쉬던 둘은 하나다. 생이 멸이요 멸이 생인 셈이다. 한 생(生)이 천백(千百) 생(生)이요 천 백 생이 한 생이다. 천년(千年)이 일 년(一年)이요 일 년이 천년이다. 아니, 천년이 하루요 하루가 천년이다. 생생(生生)이 사사(死死)요 사사가 생생이다. 신경세포 하나하나가 온 몸이요 온 몸이 신경세포다. 세포 하나 바늘에 찔리면 온 몸이 아프다. 세포 하나와 몸이 둘이 아님의 증명이다.

사랑이 미움이요 미움이 사랑이다. 사랑 안에 미움이 있고 미움 속에 사랑이 있다. 사랑과 미움의 중간이 아니다. 사랑하면 할수록 미워할 수 있다. 미워하면 할수록 사랑할 수 있다. 사랑은 미움을 낳고 미움은 사랑을 낳는다. 무관심은 사랑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고도의 사랑일 수 있다. 무관심은 사랑을 자유롭게 해준다. 무(無)는 유(有)를 추출하고 유에서 무가 나온다. 무신론(無神論)은 신론(神論)을 전제하고 있음이다. 없음이 있음이요 있음이 없음이다. 없음과 있음의 중간이 아니다. 없음 안에 있음이 있고 있음 속에 없음이 있다. 생겨나지만 사라진다. 사라짐과 생겨남은 대 융합이다. 생(生)과 멸(滅)의 하나 됨이다. 생과 멸은 역사의 흐름, 자연의 흐름, 우주 흐름의 근원이다.

대융합(大融合)은 화해와 화합을 전제한다. 아군도 적군도 없다. 너와 나가 없다. 모두가 친구다. 모두가 다 우주 안의 한 식구다. 하늘의 비가 사람을 골라 내리지는 않는다. 모두에게 내린다. 하늘의 태양은 미운사람 고운사람 골라 비추지를 않는다. 모두에게 비춘다. 하나다. 모두가 한 식구다. 살아있는, 죽어있는, 태어날, 죽어갈 모두가 다 하나요 대융합이다. 얼음과 물과 수증기는 하나다. 상이 변할 뿐이다. 모양만 바뀐다. 질량이 변한다고 질량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에너지로 바뀐 것뿐이다. 선과 악의 중간이 아니다. 선이 악이요 악이 선이다.

대화합을 전제한 대융합이다. 한 마디로 통(通)이다. 너 안에 내가 있다. 내 속에 너가 있다. 너를 좋아함이 나를 사랑함이다. 너와 나는 우리가 된다. 우리는 모두이다. 모두 안에 길이 있다. 우리는 전부다. 우주다. 사람이 우주다. 분초(分秒)마다 우주는 생겨나고 사라진다. 사라지는 곳에 우리가 있고 생겨나는 곳에 우리가 있다. 생과 멸이 하나로 엉겨 꿈틀대고 있음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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