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화의 아름다움

2007-10-2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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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요즘 중국의 유행어는 단연 ‘화해(和諧)’라고 한다. ‘허세’라는 중국 발음으로서 조화를 뜻한다. 그래서 그들은 화해사회, 화해민족, 화해경제, 화해환경, 화해세계 등 모든 것의 화해 즉 조화를 역설한다는 것이다.

나는 평생에 수많은 결혼식 주례를 하였는데 주례사에서 한 번도 빼놓지 않은 것이 ‘사랑의 조화입니다’라는 말이었다.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는 것은 각자의 특색이나 성격을 포기하고 제 3의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다. 제각기 개성을 잘 유지하면서 보다 나은 조화를 만드는 것이 결혼이다. 상대가 나와 다른 것은 당연하며 불평이나 시비거리는 아니다. 오히려 다른 점을 음미하고 다른 소리를 묶어 하모니의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것이 결혼생활의 슬기이며 보람이다.


미국이 이민들에게 바라는 것은 40년 전만 해도 ‘용광로(Melting Pot) 정책’이었다. 어느 인종 어느 민족이든지 일단 미국이라는 용광로에 들어왔으면 녹아 하나가 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사회를 ‘샐러드 사발’(Salad Bowl)로 표현한다. 맛과 모양과 색깔과 향기가 다른 여러 종류의 채소를 한 사발에 넣어 샐러드를 만든다. 각자의 맛을 견지하면서 모두가 모여 더 높은 차원의 새로운 맛을 창출하는 것이다.

하모니(화음)를 피플스 사전은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서로 다른 소리들을 하나로 묶는 작업이다. 그래서 더 자연스럽고 더 발전된 새 질서를 창조하는 음악 형성의 3대 요소 중 하나이다” 이것은 음악 뿐이 아니라 부부도 나라도 인류도 함께 만들어가야 할 우주의 질서이며 진정한 평화의 의미이다.

나는 세계사의 불가사이가 바로 미국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의 인종, 세계의 문화, 세계의 종교가 한 나라에 모였는데 어쩌면 그토록 짧은 기간에 대단합을 이룩했을까? 이 기적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나의 대답은 “남을 비판하기 전에 먼저 자기의 좋은 것을 내놓고 모두를 위하여 공헌하였기 때문이다”라는 것이다. 미국에 들어온 이민들의 공헌을 조금만 살펴도 이 말에 수긍이 갈 것이다.

영국계 이민은 자유에 대한 열렬한 사랑으로 민주주의의 기초를 놓았으며, 아이리시(Irish)는 유럽이민 중 가장 가난했으나 기독교신앙이란 엄청난 선물을 이 땅에 심었다. 독일계는 우수한 교육제도와 클래식 음악으로 이탈리아계 역시 음악 조각 석조 건축법으로 공헌하고, 오랜 유랑
민 유대인도 철저한 가정교육과 학구열의 모범을 보였다. 그러나 최고의 공헌은 아프리카에서 온 흑인들에게 돌려야 할 것 같다. 유일한 미국 음악 재즈를 창조하고 농업기술, 인권앙양 평등 평화운동, 경제, 교육, 취업 거주의 차별 철폐, 공정한 선거 참여 등 눈부신 공헌을 하였다. 이런
대단합이 우리 조국에서도 가능할까?

물론 가능하다. 단지 너무나 평범한 진리 한 가지만 따르면 된다. 그것은 “내가 최선을 다하여 공헌하되 남을 깎아내리지는 말라”는 것이다.
‘다양 속의 통일’은 미국만의 모토가 아니라 21세기 인류의 지혜가 되어야 한다. ‘서로 다르다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차이점이란 꼭 필요한 것이며 발전의 요소가 된다. 많은 색깔은 혼란이 아니라 미술가의 손으로 조화있게 배치될 때 아름다운 작품이 된다. 우리가 서로 돕는다. 혹은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조화를 이루는 것을 뜻한다. 음식의 조화가 깨져도, 정서의 조화가 깨져도 사람은 병들게 되어 있다.

건강이란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다. 좋은 코러스 대원은 뛰어나는 독창자가 아니라 남들의 소리를 잘 들으며 어울리게 소리를 내는 자이다. 인류는 20세기란 전쟁의 백년을 통과하여 귀중한 진리를 배웠다. 그것은 ‘대립 보다 공존이 낫다’는 진리였다. 함께 사는 지혜가 조화를 이루는 평화의 주춧돌이 된다.

캐나다 기러기들이 남쪽 나라로 여행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곧 보게 될 것이다. 그들에게서 줄을 똑바로 서는 질서만을 구경하면 안된다. 기러기의 행렬에는 질서와 협력과 배려와 긍휼까지 있다. 그들은 V자를 만들고 난다. 앞을 나는 기러기들이 바람물결을 만들기 때문에 뒤따르는 기러기는 그 바람물결을 타고 덜 힘들게 날 수 있다. 선두주자가 더 힘드니까 그들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바꾸어 고통을 분담한다.

여행 중 까옥까옥 우는 것은 힘든 자의 비명이 아니라 동료를 격려하는 응원가라고 한다. 그러다가 허약자가 생겨 땅으로 내려간다. 그러면 반드시 건강한 다른 한 마리가 함께 내려가 건강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 준다고 한다. 기러기의 조화와 우정과 평화를 사람들이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 인류는 한 팀이며 한 배를 탔다. 대립이나 싸움은 역사박물관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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