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핏줄을 찾는 해외 입양인들

2007-10-2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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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자(의사)

요사이 한국 케이블 TV에서 입양인 핏줄 찾기에 관한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생살을 도려내는 듯한 생이별의 드마라틱한 이야기들을 담은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사회자와 방청객들이 모두 함께 목이 메인다.부모에게 버려져 뿌리를 송두리째 뽑힌 채 지구촌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 입양인들이 이렇게 많다니 충격적이다.

미국, 프랑스, 스위스, 덴마크, 네덜란드 등의 나라로 입양되어 뿌리를 내린 땅이 그들의 모국이 되었다. 대부분은 고학력자이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어느 미국인 가정에 입양된 30대 중반의 남자인 입양인은 이 세상, 어느 하늘 아래 살고있는 수십년 전에 어린 자식을 버린 어머니를 찾고 있다. 그는 5살쯤 부산 어느 경찰서 계단 앞에서 버려져 울고 있었는데 누군가의 손으로 보육원에 넘겨졌고 얼마 후 지구 반대편 낯선 미국인 양부모에게 입양되었다. 그는 자신의 정확한 생년월일과 이름도 모른다.


그는 미국 주류사회의 주역인 사회인이 되었다. 그는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동양인 얼굴을 가진 낯선 이방인이 되어 그가 살고 있는 현주소인 미국에서 동영상으로 이렇게 말한다.“나를 버린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는다. 자식을 버려야했던 이유도 묻고 싶지 않다. 그러나 반드시 나를 낳은 어머니를 만나 그 분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자식을 버리는데 어떤 절박한 이유가 있을까? 그는 잠시나마 자신의 생명이 머물고 숨쉬고 있었고 탯줄이라는 끈으로 묶여있었던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한다. 잃어버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궁금증 때문이다.

나는 누구의 몸에서 태어나 폐품처럼 길거리에 버려졌을까?그들은 성장과정에서 끝없이 묻고 또 물었을 것이다. 아무리 목이 터져라 소리쳐도 자신의 질문은 메아리가 되어 다시 돌아올 뿐이다. 입양된 아이들은 낯선 이방인 가정에서 혼란 속에서 혹독한 문화충격의 열병을 앓는다. 또한 아무리 완벽한 양부모 밑에서 자란다 해도 가슴에 뚫려있는 커다란 구멍은 메워지지 않는다. 버림 받았다는 수치심은 핏덩어리로 응고되어 있다. 그래서 어머니를 만나 가슴에 고인 피눈물을 쏟아내고 싶을 것이다.이제 성인이 된 입양인들은 자신을 버렸던 고국을 찾아온다. 그러나 지난날의 흉터를 지워버리고 살고 있는 어머니를 다시 만날 수 있는 확률은 너무나 희박하다. 자신을 버린 고국을 찾아온 그들은 눈물로 얼룩진 빛바랜 사진 같은 어린시절의 기억으로 남아있는 서울의 눈부신 변신에 놀란다.

하늘을 찌르는 빌딩숲과 세련되고 정교하게 꾸며진 예술전당, 무지개빛 물을 뿜어내는 환상적인 분수, 고급 브랜드의 옷들이 진열된 의상실과 카페와 주점이 즐비한 대학 거리는 그들에게 낯선 풍경으로 비친다.

한국 출신 입양인에 대한 심도 있는 실태 조사는 거의 없다.
1950년대 전쟁고아, 혼혈아들은 정부 차원에서 집단 해외입양이 이루어진 이래 해외입양의 역사는 반세기가 흘렀다. 1980년대에는 잘 먹고 잘 살게 된 한국의 해외입양 배경은 확 달라진다. 가난 때문이 아니라 미혼모, 이혼모가 늘어나면서 아이들의 양육을 포기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이들을 해외로 수출하는 대신 자유분방한 서구의 성 문화를 수입해 왔다. 높은 국민소득과 최고 초고속 통신망 보급률을 자랑하는 한국이 아직도 고아 수출국이라는 부끄러운 이름을 씻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낮은 출산으로 인구문제를 겪고 있는 한국이 미래의 주춧돌인 어린 샛별들을 이방인 양부모들에게 떠맡기고 있다.자기 자식을 자신의 손으로 키우지 못하는 나라가 한국이 아닌가? 이제 우리가 뿌린 눈물의 씨앗을 거둬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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