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개업 첫 날...

2007-10-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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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1부 부장대우)

지난 십 수년간 한인사회를 취재하면서 만난 수천여명의 자영업자들 중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요즘 경기가 좋지 않다”는 푸념을 듣는 것이다.
근래의 경기가 20여 년 전보다 좋지 않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숫자와 이론에 근거한 경제기사를 토대로 내린 결론이 아니라 사람들을 통해 피부로 느낀 점을 얘기하는 것이다.

미국에 정착한 대부분의 한인 1세들은 자식들의 교육비를 감당하고 골프를 즐기며 유럽차를 굴리고 구치와 루이비통 가방을 메기 위해 소매업을 선택하고 있다. 세탁소, 네일, 뷰티 서플라이, 잡화, 델리, 식당 등등…
이들 한인 소매업자들은 불편한 언어소통과 문화적 차이, 그리고 연중무휴라는 정신적, 육체적 고난을 감수하며 나름대로 경제적인 안정을 누리며 살고 있다. 일단 오늘 저녁 밥상 걱정은 없으니 경제적인 안정을 뜻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뉴욕과 뉴저지 한인사회의 허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들 소상인들의 표정이 지난 수년간 결코 밝지 않다.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불경기 때문이란다.지속되는 불경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인들은 나름대로의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있겠지만 ‘소비자’ 중 한명인 기자가 감히 조언하자면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 이 칼럼을 읽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모두 개업 첫 날을 생생하게 기억하리라 생각된다. 있는 없는 돈 긁어모아 힘들게 가게 문을 열고 가슴을 조이며 첫 손님을 맞이했던 개업 첫 날… 첫 손님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자 ‘드디어 내가 비즈니스맨이 됐구나’하며 가슴속 깊이 자부심과 조바심이 교차하던 그날… 폐점할 시간이 비록 지났지만 손님 한명이라도 더 받기 위해 ‘10분만 더… 또 10분만 더’하며 한 시간을 연장 영업했던 바로 그 날… 바로 그날 모든 자영업자들에게 있어 ‘고객은 왕’이 아니었을까?

고객 한명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밀려오는 피곤함을 뒤로하고 항상 웃음으로 대했지만 어느 정도 돈을 벌고 기반을 다져 놓고 보니 그때 그 마음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매상 감소’에 있어 불경기보다 더 큰 원인이 아닐까싶다.

이와 같은 고객들에 대한 ‘친절 결핍증’은 소상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요즘 소위 잘 나간다는 한인사회의 의사, 변호사, 회계사 사무실을 처음으로 찾아갔다가 리셉셔니스트의 불친절한 태도로 기분이 상했다는 한인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인 갑부인 델 컴퓨터사의 창업자 마이클 델은 “우리는 경쟁사를 고객 한 명 한 명씩 누른다‘(We like to acquire our competitors one customer at a time)라고 얘기했다.장사로 돈을 번 백만장자의 이 말을 모든 한인 상인들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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