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에 대한 기대

2007-10-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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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성(명지대학교 교수)

지난 2007년 10월 2일 노무현대통령이 분단 이후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넘어감으로써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역사적인 발걸음을 옮겼다. 노무현 정부의 대북관계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대북관계가 현정권 만큼 극과 극을 달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큰 사건의 연속이었다.

2003년, 북한은 NPT조약 탈퇴를 시작으로 미사일과 핵무기를 앞세워 국제사회와의 힘겨루기에 나섰고 급기야 미국의 북한 공격설까지 공공연히 나도는 등의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유발했었다. 그리고 지금 우여곡절 끝에 남한과 북한은 한반도 공동 번영을 위한 다양한 분야의 구체적합의를 이끌어 냈다.남북 정상회담은 그 시기적으로 적절했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대선을 겨냥했다는 설이 있지만, 첫째로 6자회담 합의 이후 남북공동선언문이 도출되었다는 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에서 다루기 민감했던 북핵문제에 대한 부담감을 줄일 수 있었다. 더우기 북핵문제는 남북의 힘만으로는 해
결할 수 없는 국제적 문제이기에, 6자회담 결과를 남북이 재확인하여 그 의미를 더할 수 있었다.


둘째로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얼마 전 호주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 정상은 재차 ‘한국전 종전’과 ‘평화협정’에 대한 언급을 했다. 또 미국이 부시대통령 임기 내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임으로써 그 어느 때보다 남북관계의 발전이 용이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남북 정상이 합의한 10.4 공동선언문의 합의 내용은 크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남북 경협의
확대 발전, 남북간 인도적 사업 협력으로 볼 수 있다. 남북 정상은 평화정착 측면에서 상호 불가침 원칙을 재확인하고 종전 선언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경제협력 측면에서는 해주에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 안변·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 철도, 고속도로 개보수, 문산-봉동간 철도화물 수송 합의를 했고, 인도적 사업 측면에서는 이산가족 영상편지 교환, 상시 상봉 추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은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라고 볼 수 있다. 해주지역의 경제특구 건설과 공동 어로구역 설정을 골자로 하고 있는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는 군사적 긴장 완화와 남북 경제협력의 발전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이 점은 또한 향후 남북의 공동 번영의 방향을 함축적으로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즉, 평화체제 확립과 남북 경제협력은 남과 북의 이익, 나아가 민족의 염원인 통일까지 가능하게 할 필수조건인 것이다. 따라서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의 성공 여부는 향후 보다 높은 단계의 남북관계 발전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다.
이번 합의는 6.15 선언문과 비교해 볼 때 더욱 구체적이며 발전된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7년 전 회담이 남북이 처음으로 정상간 대화를 했다는 것에 상징적 의미를 둔다면 이번 정상회담은 보다 높은 수준의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특히 한반도 평화 구축과 경제협력 측면에서 창의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를 많이 이루어내 이를 토대로 남북 교류 확대 및 평화정착의 길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이번 정상회담이 본격적인 남북 화합의 물꼬를 텄다면 이제 남은 것은 남북 양측의 성실한 이행 뿐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 국제사회의 우호적 태도와 남북대화의 구체적 결과물이 도출된 만큼 남과 북은 신중하고 지속적인 태도로 한반도 역사를 바꿀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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