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역할은 출석도장(?) 찍기

2007-10-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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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데마레스트 한인자치회 동장)

내가 살고 있는 북부 뉴저지 데마레스트 타운의 환경위원회(Environmental Committee) 커뮤니티 보드 멤버로서 활동한지 1년이 되어가며 그간에 내가 한 일이 무엇이었나 생각해 볼 시간을 가져 본다.한인 출신 이민자로서 미국 지방자치제도에서 주민들의 역할의 중요성에 대하여 배워볼 수 있는 개인적으로 매우 유익한 경험들이었다고 생각된다.
보드멤버 초기, 매달 갖게되는 보드 위원회의에 참석할 때만 하여도 회의중에 사용되는 단어는 쉽지만 의미는 전문적인 용어들 때문에 잘못 알아듣고서는 동료 멤버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발언을 하는 실수를 용감(?)하게도 저지르곤 했었다.

1년이 다 되어오는 지금도 안건 토의내용의 절반 이상을 정확히 이해 못하는 상황에서 회의 토론에 참여하지만 그간에 갈고 닦은 눈치와 미국인 동료 멤버들이 개인적 추가 설명을 해주는 도움으로 그럭저럭 보드 위원의 역할을 꾸려가고 있다.커뮤니티 보드 위원으로 많은 자질이 부족한 나이지만 나에게도 주어진 역할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이유인 즉, 나의 높은 회의 출석률과 행사 참여율에 있단다. 환경위원회는 일반주민 7명과 시의회 의원 1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민 보드멤버가 최소 4명이 출석해야만 회의가 성립되어서 타운의 각종 환경 법안을 심의, 통과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그간에는 보드멤버들이 회의에 불참하는 경우가 많아 꼭 처리되어야 할 사안들이 토의조차 못하고 뒤로 미뤄지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고 한다.그러나 올해는 환경위원회의 회의가 한번도 연기된 적이 없고,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내가 매월 위원회에 한번도 결석한 적이 없이 출석도장(?)을 찍어준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동료 미국인 멤버들이 웃으며 말해 준다.
어쩐지, 회의가 있는 날이면 서둘러 가게문을 닫고 부리나케 타운홀 회의장에 출발하여도 30분 정도 늦는 날이 있었는데 멤버 한명이 부족하여 회의를 열지 못하고 있던 동료 멤버들이 늦게 와서 미안하여 어쩔 줄 몰라하는 나에게 환대하며 늦게라도 참석해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몇번인가 들었던 기억이 있다.

데마레스트 타운 출신의 건설업자도 동네 행사에서 만나면 나를 무척이나 반가워 한다. 과거에는 우리 타운의 건설관계 인·허가 신청을 위하여 건설 계획서를 환경위원회에 제출하여도 위원회 회의가 개최조차 되질 못하여 사업 허가를 몇달씩이나 기다려야 했는데 올해에는 신속히 허가업무가 처리되어서 나의 출석도장 찍기 노력에 감사하다고 한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데마레스트 타운에서 2명의 시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가 11월 초에 있게 된다. 두 명의 현직 의원을 포함하여 한인 출신의 에스더 굿 하트씨와 몇명의 후보자가 선거에 나서게 된다. 작년에는 데마레스트 한인자치회가 주축이 되어 한인들의 투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가지 적극적인 활동들을 하여 나름대로 좋은 성과를 이루어 내었다.

올해에는 작년과 달리 한인주민들에게 조용한 선거일을 맞이하게 하려고 한다. 평상시에라도 삶의 터전인 동네 일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미국계 주민들이 볼 때에 선거철에만 한인 단합과 현지 참여를 외치는 우리 한인들의 모습이 극성스럽고, 의아하게 생각될 거란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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