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공직자의 아름다운 결심

2007-10-12 (금)
크게 작게
윤재호(취재1부 기자)

지난 21일 아침 갑자기 뉴욕주 주지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이 있다는 팩스를 받았다.뉴욕주 운전면허증 관련 긴급 기자회견이라는 소식에 만사를 제쳐놓고 주지사 사무실로 뛰어갔다.그러나 12시 예정된 기자회견 시간이 30분 정도가 지난 뒤에도 스피처 주지사는 나타나지 않았다.발표 여부를 놓고 여전히 고심 중이라는 이야기를 다른 외신 기자들로부터 전해들을 수 있었다.

기자회견 예정 시간이 45분 정도 지난 후 주지사가 뉴욕주 상원의원들과 국토안보부(DHS) 차관, 뉴욕주 차량국(DMV) 국장 등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나타냈다.모두들 경직된 모습에 조심스럽게 준비된 원고를 읽어나갔다.지난 2002년부터 실시 중인 서류미비자 운전면허 발급 중지 정책을 폐지하고 이미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은 뒤 갱신하지 못했던 15명만과 향후 사회보장번호가 없는 서류 미비자들에게도 운전면허증 발급을 승인한다는 발표였다.


순간 기자회견장은 참석자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환호로 가득 찼다.
뉴욕주 주지사로서 연방 정부의 방침을 전면으로 거부한, 향후 자신의 정치적 인생 건 스피처 주지사의 우려를 단번에 날려버린 순간이었다. 이 후 이로 인한 테러 발생 시 모든 책임을 지겠냐는 보수 언론들의 가시 돋친 질문에 스피처 주지사는 주저 없이 “그러겠다”는 답을 했다.

이민자의 도시인 뉴욕의 수장으로서, 자신 또한 이민자 부모를 둔 이민 2세로서, 오랜만에 이민자 커뮤니티에 웃음을 준 당신께 박수를 보낸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