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관심과 무성의의 표본 한인회 이사회

2007-10-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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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오(우드사이드)

뉴욕한인회 이사회는 지난달 27일 오후(7시30분) 한인회관에서 제 30대 뉴욕한인회 제 2차 정기 이사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성원 부족으로 유회되고 말았다.28일자 한국일보는 이를 빗대어 미주판 3면 탑으로 “이사님들 어디 계시나요?”라는 제목으로 간접 비판했다. 현 한인회 정관(이사회 운영 규정)에 의하면 정기 이사회는 실행이사 45명 중 과반수인 23명이 참석해야 하며 위임이 가능한 인원은 참석 인사의 3분의 1인 7명이므로 16명
이 참석해야 성원(23명)으로 간주, 회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 날 회의는 실행이사 45명 중 이사장(전병관) 포함 14명만이 참석했다고 하니 나머지 31명은 어디 계셨단 말인가?이날 소집될 이사회에서는 이사회 임직원 위촉, 한인회 운영에 대한 논의, 집행부 활동상황을
비롯한 재정보고, 2007 골프대회 개최, 그리고 가장 크고 시급한 코리안 퍼레이드 행사 등의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특히 코리안 퍼레이드 행사는 어렵게 따낸 예산으로 치르는 행사인 만큼 한 치의 오차도, 한 건의 오류도 없이 완벽하게 치르기 위해서는 중지를 모아야 하는데 이사들이 이렇게들 무성의하고 무관심한 판을 친다면 그 이사회의 앞날은 속된 말로 ‘안 봐도 비디오’다.


전병관 이사장은 정족수 미달에 대한 해명으로 “모 직능단체 골프대회와 겹치면서 참석 예정이었던 이사들이 불참해 차질을 빚게 되었다”고 했는데 한인회 정기 이사회 보다 골프대회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이사들은 있으나 마나 한 존재들이 아닌가. 아니 이런 이사들 때문에 득보다는 실이 오히려 더 클 수 있다. 물론 특별한 사정(여행중에 있거나 와병 중에 있다거나 집안의 대소사 등)으로 불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골프시합 때문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대사(大事)가 코 앞에 닥쳤는데도 나 몰라라 하는 사람들은 이사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유급 이사도 아니고 사비를 써야만 하는 무늬만 이사들이니 ‘나 하나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들이 이사직을 수락했을 때는 당연히 어떤 사명감과 봉사정신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고 한인회 이사라는 명함을 조자룡 헌 칼 쓰듯 마구 뿌려대며 목에 힘이나 주고 X폼이나 잡으려고 이사 노릇을 할 생각이었다면 당장 사퇴해야 한다. 그대들이 아니더라도 열과 성을 다하여 일할 수 있는 일꾼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아울러 이번 사건은 이사장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 골프대회와 이사회 개최일자가 겹친다는 것을 몰랐을 리 없었을텐데도 이사회 개최 일자를 조정하지 않은 것은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의 이사회라면 과연 있을 필요가 있을까?

지난 29대 한인회 때 코리안 퍼레이드 주관 문제로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력을 낭비했는가? 이런 사실을 잘 아는 전이사장은 이사회의 원만한 운영을 위하여 좀 더 열성을 기울였어야 옳았다. 한인을 대표한다는 한인회 이사회가 이런 식이니 여타 직능단체 이사회는 무엇을 배우겠는가?
‘한 번 실수는 병가상사’라고 했던가? 그러나 이런 말도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이번 사건은 능히 후자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전이사장은 앞으로 있을 이사회에서는 제발 이런 사태가 없길 바라며 다시 한번 이번과 같은 불미스런 일이 발생한다면 미련 없이 과감히 이사회 내 대청소를 하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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