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빙산의 일각

2007-10-0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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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선행(수필가/의사)

지구상에는 산을 비롯한 육지 보다는 물이 훨씬 많다고 막연히 알고 있었지만 산의 높이나 바다의 깊이를 따지기 보다는 그 면적만을 가지고 논해 왔다고 본다.

우선 ‘물’하면 물 없이 생명체가 존재할 수도 없지만 간단히 마시는 물로 시작해서 물 없이 음식을 만들 수도 없고, 좀 더 크게 볼 때는 물 속에 있는 천연자원과 식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생선 및 동식물이 있고 물질 교류 및 문화의 전달도 물에서 시작되었으니 아직도 운송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수상·해상교통의 모체이어서 이제는 물 위에서 거의 육지에서와 같이 여행하면서 잘 먹고 편하게 쉬면서 놀 수 있는 대형 선박이 극도로 발전했으니 내가 최근 ‘크루즈(Cruise)’를 즐기면서 알라스카의 극히 일부를 구경하고 올 수 있게 되었다.


그 넓고 넓은 그리고 깊고 깊은 바닷물을 헤쳐가며 중간 중간 조그마한 항구에서 쉬어가는 도중에 물에 질새라 산과 산, 그 위를 덮고 있는 처녀림, 아니면 빙산들이 모두 어떤 특색을 나타내고 있었다.캐나다와 접경을 하고 있으면서 바다(태평양)를 끼고 있는 그 바다와 산과 빙산들을 감상하면서 물은 흐르면서 내 물이 남의 물도 되고, 남의 물이 내 물도 되지만 뿌리가 꽉 박혀있는 나무들은 죽으나 사나 그 자리에서 일생을 보내는 국수주의자라고 생각하면서 이보다 더 국수적 아니면 애국적인 생선인 연어(Salmon)의 본능적인 귀향을 목격하게도 되었다.

생태계의 이런 현상도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 중의 하나임에 틀림 없다고 본다.망망대해에서 살다가 꼭 자기가 출생한 조그마한 개울을 찾아와 자손의 씨앗을 남기고 그 곳에서 죽어가는 이 생선이야말로 진정한 귀거래사의 원조가 아닌가 싶다. 보고 또 보고, 듣고 또 들어도 쉽게 잊는 것이 요즘 나의 두뇌의 능력이지만 미국땅에서 그 크기로 볼 때 내셔널 팍 중에서 첫째, 둘째, 셋째가 다 알라스카주에 있고 그 생태계의 보존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이를 지켜보면서 나 뿐만이 아니라 동행한 친구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어찌해서 소련정부가 알라스카를 미국에 팔게 되었는지 궁금해 하게 되었다.

소련정부는 아마도 아무 쓸데없는 얼음덩어리를 잘 처치했다고 그 당시에는 기뻐했을 지도 모른다고 나는 상상해 보았다.1867년 3월 30일, 미국 국무장관 윌리암 H. 시워드와 소련정부의 미국담당 외무장관인 에드워드 스토클이 공식적으로 서명하면서 58만6,000 평방마일이나 되는 알라스카 땅이 미국 돈 720만 달러에 팔렸다는 역사적인 사실이 있었으니 그 막후의 협상과 지불에는 수많은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 당시 앤드류 존슨 대통령이 일착적으로 5,000명의 군인을 보내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게 했다는 보고가 있으며 실제로 이 매매의 협상을 시작한 것은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 때였다고 한다.

알라스카 빙산의 일각의 일각도 제대로 못 본 정도의 알라스카 여행이었지만 이렇게 거대한 땅덩어리와 거기에 달린 연안과 자원이 매매됐다는 그 사실에 말로만 듣던 실화가 아닌 것 같은 실화를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당시 미국이 지불한 거금도 이제는 그 가치에서 아주 작은 빙산의 일각이 되었다고 생각해 본다.여기에 또 하나 추가한다면 전쟁이나 무력을 통한 땅덩어리의 탈취를 빼놓고는 인류역사상 이렇게 거대한, 그리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부동산 거래는 없었을 것으로 본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보면서 우리 한국인들, 비록 세계 경제가 소비경제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조금 번다고 해서 흥청망청 써버리기 보다는 좁은 나라땅을 여러 방면으로 팽창해 보자는 안목과 포부와 정치인들의 적극적인 원시안이 절실히 필요한 때가 지났지만 아직도 희망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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