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밀려나는 한인 이민사의 영웅들

2007-10-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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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구(전 스토니브룩한국학회 회장/의사)

반백년의 한인 이민사의 주역들은 소상인, 가족상업에 종사했던 분들이다. 가발사업의 성공으로 개인적인 차원의 자본이 축적되면서 맨하탄 32가를 중심으로 한인 상권이 탄생하여 다변화 되기 시작됐다. 2차의 성공은 섬유산업(수입이 주종인 듯)으로 좀 더 근실한 자본 축적이 가능해져 회사 형태를 띄기 시작하였다.

이 기간 동안에 여타 민족들의 약진으로, 그리고 렌트가격의 수직상승으로 무한경쟁의 시대로 진입하면서 한인 상권은 위협받게 되었다.
맨하탄 32가의 높은 렌트비와 타민족과의 경쟁으로 물러나야 하는 일이 생기는가 하면, 플러싱 메인 스트릿을 중심으로 한 한인상권은 이제 중국계에 의하여 완전히 점령당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유니온 스트릿 상권, 노던 블러바드 상권도 위협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점점 밀려나 베이사이드를 넘어서 사요셋, 코맥까지 이동해야 하는 실정인 듯 보인다.


20여년을 개발하다시피 한 자마이카 상권, 윌렛포인트의 재건 프로그램에서도 시정부의 기득권자 무시 정책에 희생될 가능성이 크게 보인다. 한 마디로 말하면 ‘고향땅에서 밀려나는 형국’이다.왜 이렇게 되었을까? 물론 우리들 한인에게 ‘힘’이 없기 때문이다. 권력도 재력도 없다. 권력
은 정치력을 말한다. 재력이 약한 것은 민족자본이 축적되지 못하여서다. 민족자본의 축적이 왜 안되었는가? 이것은 중국인이 플러싱 메인 스트릿의 건물을 야금야금 사는 것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중국인들은 각자가 조금씩 돈을 모아 큰 돈이 되어서 건물을 사는 것이다. 그래야 밀려나지 않게 된다.우리의 문화는 정(情)도 많고 한(恨)도 많다. 이 두가지가 다 감정이 격할 수 있는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이웃집이(한인끼리, 친구끼리) 좋은 차를 사면 나도(주로 주부들이) 같은 차나 그보다 더 좋은 차를 사야 마음이 편하다. 비교심리다. 이런 심리는 한(限)이 없다. 심지어 집, 아이들의 학교, 사위 보는 것까지 누가 더 잘 살고 잘하는지 비교하다 보니 돈이 많이 든다.

예를 들면 첫째로 한인들은 타민족 보다 먼저 좋은 학군에 큰 집을 선호했다. 큰 집을 사니 세금을 많이 내야 하고 추운 겨울에는 난방비를 아껴야 할 만큼 여유가 없어서 큰 집안이 춥다. 둘째로 아이들은 사립학교에 보내야 속이 풀린다. 교육열이 강한 것도 있지만 자기 아들, 딸에게는 기대하는 심리도 있고 남의 자식과 비교하는 심리도 많이 작용한다. 이러다 보니 ‘돈은 많이 벌어도 씀씀이가 커서 저축에 한계가 있게 된다. 더우기 너, 나 할 것 없이 이민생활은 불안과 직결되어 있다. 그리고 정보도 교환해야 하고 서로 도움을 받고 주기도 해야 한다. 그러니 모임에 나가야 한다. 동창회가 제일 많지만 상부상조하는 관점에서 보면 종교(교회, 성당, 사찰)만 못하다. 그리고 헌금을 내야 하는 것, 이 점이 또한 ‘민족자본의 형성’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부인하지 못한다.

셋째로 한인은 민족적인 문제에 대하여서는 단결을 잘 한다. 한국이나 이 미국 이민사회나 다 같다. 그러나 돈과 이해관계가 있는 곳에는 목소리 큰 사람이 판을 치는 부정적인 요인이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어느 민족과 비교해도 뛰어나다. 예를 들면 ‘일본인’과 비교해 보면 한인이 어느 면에서도... 그러나 ‘일본인들이 단결을 잘 하니 단결된 일인은 거대한 힘이다’ 중국인도 비슷하다. 반면에 우리는 민족자본 형성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건물도 사지 못하고 그저 건물주에 세만 주면서 사업을 해왔다. 그래서 외부의 바람만 조금 불어도 밀려나야 하는 운명에 처해있는 것이 한인 이민사 영웅들의 위치다.

지금이라도 한인 1.5세나 2세대들은 민족자본 형성을 해야 한다. 뭉쳐야 산다. 지도자를 양성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히 주류사회에서 우리 한인사회를 주목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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