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거짓말

2007-10-09 (화)
크게 작게
이성열(조선족)

세상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쟁이’라는 말을 제일 싫어하면서도 누구나 다 거짓말을 조금씩은 하며 산다. 아마도 평생 거짓말을 안해 본 사람들은 말 못하는 갓난애를 빼고는 누구도 없을 것이다.사람은 누구나 다 자신의 상황을 좋게 만드느라, 또는 어려운 궁지에서 빠져 나가느라, 또는 자
신을 돋보이게 하느라고, 또는 자신의 구차한 처지를 감싸서 이런 저런 거짓말(또는 구실)들을 사실인양 구구히 늘어놓는다. 그리고 어떤 때는 본의 아니게 얼떨결에, 그리고 어떤 때는 상대방을 ‘위한’ ‘선의의’ 거짓말들을 하게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흔히 거짓말이 끼치는 영향과 피해로 해서는 안되는 거짓말과 해도 무방한 거짓말과 ‘하면 더 좋은’ 거짓말로 나뉜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남의 이익까지 해치는 거짓말, 예를 들어 사기나 협잡 등과 같은 거짓말들이 첫번째일 것이고 자기 자랑을 하느라고 옛날에 여차여차하게 똑똑했고 여차여차하게 잘 나갔노라고 뻥치는 것, 다시 말하면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거짓말이 두번째일 것이고, 환자나 노인들을 상대로 건강해 보인다거나 자신감이 없는 초등학생에게 잘 했다고, 너 너무 똑똑하다고 용기를 주는 것이나 너무 수수하게 생긴 마누라를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하거나 하는 등이 세번째에 속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하면 더 좋은 거짓말’도 지금 와서 보면 하지 말아야 될 줄로 안다. 옛날에는 하루라도 편안하게 더 오래 살게 하느라고 암이나 불치병 환자에게 진실을 속이는 것이 다반사였던 것도 지금 와서는 자기 병을 알 권리가 있다면서 병명을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임종이 얼마 남지 않은 불치병 환자에게도 생을 훌륭히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죽는 날까지도 대략 알려주는 것이 도리라고 한다.그러니 첫번째 경우와 두번째 경우의 거짓말이야 말 해 무엇하겠는가? 거짓말은 당연히 안 하
면 안 할수록 좋은 것이다.

거짓말은 할수록 이력이 생기고 후에는 자기도 모르게 줄줄줄 흘러나오게 되고, 말하고 있는 당사자까지도 거짓말을 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헷갈린다.그리고 사소한 두번째나 세번째 부류의 거짓말을 하다가 이력이 트면 자기도 모르게 남에게 피해를 주는, 또는 남을 망치는 첫번째 부류와 같은 거짓말을 하게 된다.친구의 이야기인데 언젠가 취직할 때 젊게 보이고 싶어 나이를 세 살 낮춰 말을 했다. 후에 직장 동료들과 익숙해지고 친해지니까 이런 저런 가정 이야기랑 학교 때 이야기랑 많이 나눴는데
처음에 나이를 거짓말 한 것이 그렇게 후회스러울 수가 없었다. 나이 거짓말 한 것으로 인해 출생년도, 띠, 동생의 나이, 마누라의 나이, 그리고 대학 학번까지 따라서 거짓말을 해야 했고 이리저리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이 자꾸 이어지고 그러다가는 자기도 모순에 빠져 말도 얼버무리게 되고 순식간에 이상한 사람으로 변한 느낌이 들더라면서 취직을 못할 망정 이 다음부터는 어떤 거짓말도 안 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는 그래도 자기가 골탕 먹은 예인데 자칫하다가는 사소한 거짓말로부터 시작한 것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남까지 골탕 먹이게 되고 법에 저촉되는 일까지 생길 수도 있는 일이다.한국은 이번에 신정아씨의 학력위조 파문으로 열병을 앓고 있다. 얼마나 많은 유명인, 연예인들도 가짜학력이 들통나면서 명예가 추락되고 팬들을 실망시켰는가? 너무나 망신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필경 이러한 큰 거짓말도 사소한 둘째 부류나 셋째 부류의 거짓말에서부터 시작되고 습관화 된 것이라고 본다. 때문에 자기 스스로 조심하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거짓말은 물론이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거짓말 또는 ‘남을 위한’ ‘선의의’ 거짓말도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진실만을 말하는 습관을 들이자. 우리 모두 진실만을 말하며 살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