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글날에 생각나는 일들

2007-10-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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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춘(페어필드 트레이드 대표)

국경일이라고 온 나라가 축하하며 기리던 한글날이 1991년부터 기념일로 하향조정되어 이제는 그런 날이 있었던가 하는 정도로 되고 말았다. 글로벌 세상이라고 본국의 국력이 신장됨에 따라 한류 열풍이 세계 곳곳에 일고 있으나 세계로 향한 한글 홍보는 그 균형이 안 맞는 것 같다.

해외동포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미주의 미국 기업들은 한인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고 미국에서는 한국어를 외국어 교육에 포함하려는 여러가지 시도가 있다는 보도도 근간에 보았다.한국산 제품을 사라고 한국 메이커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해외동포들에게 호소한다. 그러나 성능이 우수한 여러가지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 세계시장을 누비고 있는 차제에 그들의 제품사용 설명서는 한글로 작성된 품목이 찾기가 힘들다.


일본산 제품이나 중국제품 중에는 가끔 한국어 안내문이 들은 제품을 본 적도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소니 제품의 50인치 TV 포장 상자에는 영문 및 기타 몇 개국 언어와 함께 한글로 주의사항이 인쇄된 안내서를 접하고 작은 감동을 받았고, 제품에 대한 친밀감이 새삼 느껴졌다.쉽게 예를 들자면 필자의 경험으로 벌써 십여대의 한국산 휴대폰을 구입하였지만 설명서에 영어와 스페인어 설명은 있어도 소수민족 즉, 중국어나 한국어의 설명서를 본 적이 없다.

세상에는 3,000여개의 언어가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영·불·중·소·스페인어에다 한국어를 첨가하여 제품을 출하한다면 세계 소비자들의 모든 부류를 망라하지 않을까 한다.세계로 수출하는 한국제품에 앞서 언급한 몇 개 국어의 설명서를 첨가한다면 장기적 안목으로 세계의 모든 소비자들에게 그 한국산 제품의 친밀도를 높여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발상은 글로벌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국가에서 장려, 독려하여야 할 시책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지는 한국산 제품에 나보란 듯이 한국어 설명서를 첨부하여도 제품의 지명도가 떨어질 일도 아니고 생산원가가 더 드는 일도 아닐 터다. 한글을 모르는 최종 소비자가 한글이라는 진귀한 문자를 사용하는 국민이 이토록 좋은 물건을 만든다는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사안이다.
중국의 국력이 성장하니 그 잠재성을 인식하고 미국에서 중국어 붐이 일고 대입과정에서 중국어가 인정되고 있는 추세에 온세계로 수출하는 한국 상품에 한글 표기를 병행하는 설명서를 삽입한다면 그 간접효과는 장기적으로 큰 수확이 있을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한글이 과학적이고 모양이 예쁘고 독창적이며 과학적인 체계를 가진 창제 발명 문자로서 1997년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기록으로 지정된 온갖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우수한 문자이며 전세계적으로 문자 탄생의 기념일을 갖는 날은 한글날이 유일하다고 한다.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대내적으로만 떠들 일이 아니라 그 실제 모양을 특별한 예산 없이 세계에 홍보할 한글 설명서는 꼭 만들어달라고 본국 관계자들에게 새삼 당부하고 싶다.

한국정부에서 파견나온 관계부처의 요원들은 의무적으로 상부에 보내는 정부 보고에 필자의 건의를 참고삼아 보고하여 건설적 의견이 국가시책에 반영되기를 바란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세종(世宗)이 어제(御製)하신 대왕께서도 지하에서 ‘오 기특한 백성들’ 하고 기뻐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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