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퍼레이드의 재미

2007-10-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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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1부 부장대우)

평소 차량이 북적대는 대로 한가운데 홀로 서 있었던 경험이 있다.
80년 ‘서울의 봄’ 당시 어린 마음에 시위대를 따라다니다가 어느 순간 그 뒤를 놓쳤고, 길거리를 헤메다가 우연히 명동 입구 앞의 큰 길에 홀로 서게 됐다.

지금이야 그다지 큰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당시에는 6차선의 큰 길이었다. 항상 차량으로 꽉 차있던 그 길, 무단횡단을 하기에도 벅찰 정도로 차들이 달리는 도로, 그 한 가운데에 서있는 느낌은 참으로 묘했다.
‘금지된 것에 대한 소망’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붙이지 않더라도, 대로 한가운데를 걸어가는 기분은 한번쯤 느껴볼 만하다. 그 때문은 아니겠지만 퍼레이드는 항상 사람들이 평소에 다니는 인도나, 누구나 모일 수 있는 공원에서 열리는 것이 아닌, 평상시에 서있을 수 없는 대로에서
열린다.


이번 주말(10월6일)에는 코리안 퍼레이드가 열린다. 많은 사람들은 ‘브로드웨이’라고 말하면 흔히 타임스퀘어를 떠올린다. 뉴욕시의 가장 번화한
지역, 옐로택시 등으로 길거리가 꽉 차있고, 인도에도 걸어가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 한인사회가 이렇게 복잡한 브로드웨이를 가로막고 퍼레이드를 한다.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만하다.한국일보 50년사에는 뉴욕 코리안 퍼레이드를 이렇게 설명한다. “코리안 퍼레이드의 효시는 79년 맨하탄의 브로드웨이 32가에서 펼쳐졌던 농악놀이. 그 해 추석을 맞아 한국의 문화적 전통을 미국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코리아타운의 한 가운데서 농악놀이 행사를 가졌던 뉴욕한국일보는 이듬해인 80년에 개천절을 기념하여 제1회 코리안 퍼레이드를 개최했다.

맨하탄 브로드웨이 42가에서 한인타운을 지나 23가까지 펼쳐진 퍼레이드에는 한인단체와 업체, 한국계 상사의 꽃차 19대가 각 단체, 한국학교 어린이, 태권도 시범단, 고전무용단과 함께 행진하여 장관을 이뤘고, 80년도 미스 유니버스인 손 웨델리양이 꽃차에 탑승, 미국인들의 시선을 끌었다.
코리안 퍼레이드는 이 때부터 뉴욕한인회 주최, 뉴욕한국일보 주관으로 매년 개최하여 2004년 제25회 퍼레이드를 앞두고 있다. 이 퍼레이드는 뉴욕시에서 개최되는 1백50여개의 퍼레이드 중 유명 퍼레이드 40개 안에 들어 있고 행사 규모와 참가인원 등으로 평가하여 종합순위 13위에 올라있어 미국사회에 한인들의 위상과 단결력을 과시하는 최고의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지금은 이보다 더 커졌다. 뉴욕시장이나 뉴욕주지사, 연방상하원의원들이 직접 참여하거나 축하 메시지를 보내오는 자랑스러운 행사가 됐다.

참가 단체만해도 100여곳이 넘고, 올해는 특히 한국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어가 행렬’과 ‘육군 취타대’ 공연까지 더해진다. 일부러 맨하탄에 찾아와서도 볼만하지만, 이번 기회에 직접 행진에 참가하기를 권한다.(참가방법은 너무나 많다. 소속할 단체가 없이 혼자라면 어가행렬의 일행으로도 참가할 수 있다) 코리안 퍼레이드를 즐기는 재미가 2배 이상 커질 것이다.또 코리안 퍼레이드는 ‘한국의 전통 문화를 미국사회에 알리고’, ‘뉴욕한인사회의 저력을 과시하는 좋은 기회’라는 거창한(?) 명분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길 한복판에서 자유롭게 행진하는,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도심속의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해주고 싶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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