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래바람 몰고 온 이란 대통령

2007-10-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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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자(의사)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취임한 이후 첫 총회인 제 62차 유엔총회가 유엔본부에서 개막됐다. 9월 26일, 지구촌 시청자들은 동영상 화면으로 연설하는 국가대표들의 입술 놀림까지 볼 수 있었다.

오전에 인권문제와 민주주의 확산을 외친 미국 부시대통령 연설이 있은 후 오후에는 이에 맞대응하는 이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연설이 이어졌다.미국 전역 각 케이블 TV는 그의 연설을 생방송으로 중계하였고 주류신문은 불꽃 튀기는 집중 보도를 쏟아냈다.그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평화적이고 투명하며 서방 강대국들이 이란의 핵개발 권리를 빼앗으려고 함께 연주를 하고 있고, 이란은 테러지원국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오만한 미국의 패권주의를 강한 어조로 맹 비난하였다.


하루 앞서 전날, 이란 대통령은 컬럼비아대학 캠퍼스에서 열린 포름에 참석하였다. 볼링거(Bollinger) 컬럼비아대학 총장은 그의 연설자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인 당신은 유대인 대학살을 인정하지 않는 치사하고 잔인무도한 독재자다. 당신은 파렴치하고 도발적이며 아연실색할 정도로 무식하다”라고 원색적인 표현으로 거침없이 퍼부었다.
이란 대통령 초청 강연을 비판하는 주류 미국인들과 유대인들의 목소리를 의식한 것 같다. 그러나 손님을 집 안방에 불러다 앉혀놓고 톡톡히 망신을 주는 것은 점잖지 못하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볼링거 총장이 그의 면전에서 모욕적인 말로 소개하는 동안 차가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불친절한 푸대접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 시작한 연설은 한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질의 응답시간에 어느 학생이 이란에서 동성연애자에 대한 비인도적인 인권탄압에 대해서 물었다. 그는 “우리는 당신 나라처럼 동성연애자라는 현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란은 동성연애자들이 살아갈 수 없는 사막과 같은 불모지대라는 말인 것 같다.캠퍼스 밖에서는 그의 방문을 격렬하게 반대하는 시위대 물결 속에 히틀러 복장을 입은 이란 대통령을 그린 포스터가 가을바람에 춤을 추고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한 학생이 포럼에 참석하려고 네 시간이나 줄을 서서 기다렸고 지난 주에 온라인 티켓은 90분만에 매진되어 거의 브루스 스프링스턴 연주(Bruce Springsteen Concert)티켓을 사는 수준이었다는 기사를 실었다.악명 높은 아랍국가의 대통령 초청강연 티켓이 인기 절정의 미국 록 뮤직스타 연주 티켓처럼 날개 돋힌 듯이 팔렸다는 이야기다.그동안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아미드네자드 대통령은 미국 방문 후 곧 중남미 순방에 올락 중남미 우고 차베스 베네주엘라 대통령과 만나게 된다. 중남미의 전대륙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차베스 대통령은 누구인가?

그는 중남미 국가들끼리 통합하여 미국이라는 대지주의 사슬에서 풀려나 소작인으로 착취당하는 중남미 토착 원주민들을 빈곤에서 퇴치한다는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그가 이렇게 큰 소리를 치는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인가? 석유 매장량 2위인 이란과 석유 매장량 세계 6위 베네주엘라의 차베스 대통령과의 만남은 당연히 석유 연결고리이다. 미사일을 가진 북한까지 끼어들면 미국이 싫어하는 삼각관계의 악의 축이 된다.

만약 이들이 함께 석유분쟁으로 몰아간다면 석유 위기는 지구촌 지축을 다시 흔들어 놓을 것이다.이란은 종파로 찢어진 피로 물든 내전의 늪에 빠진 이라크 전쟁에서 주도세력인 시아파의 종주국이며 석유분쟁의 각축장인 중동의 대국이다.미국 대륙에 거친 사막의 모래바람을 몰고 온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다시 중남미 대륙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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