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뉴욕의 하모니

2007-05-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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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미국에서 10여 년간 재즈음악을 공부한 뮤지션 미스터 리와 얼마 전 대화를 나누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는 한국에서 음대를 다니다가 중간에 때려 치고 대중음악 연주자로 활동을 한 경력이 있는 기타리스트이다. 미국에 와서도 정규대학을 다니지 않았고 자유학습 과정을 선택했다. 그 학습방법이란 언더그라운드의 명연주자들을 찾아가 사귀고, 더불어 살면서 같이 연습하고 연주하며 배우는 과정이다. 이렇게 한 10년을 같이 하니까 이제는 앙상블이 된다는 것이다. 그 것이 바로 너무나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그는 이제 세상으로 나가 두각을 나타낼 준비가 완료됐다고 말했다.

하모니는 ‘화음’ ‘조화를 이루다’라는 뜻이고, 그 반대말은 불협화음, 곧 ‘안어울림음’ ‘뜻이 맞지 않아 일어나는 충돌’이다. 프랑스어 음악용어로는 앙상블이라고 부른다. 여기 저기 봄이 무르익는 모습이 보인다. 나뭇가지에 새 순이 트는 것을 보면서, 또 꽃망울들이 때가 왔다고 터지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창조주가 꽃나무 하나 하나에 프로그램을 짜 넣어 여러 조건들이 하모니를 이루게 되면 꽃망울이 터지게 되는 것이다. 기온, 일조량, 수분, 양분 등 그 중에 어느 한 가지 조건이라도 맞지 않으면 꽃이 필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피어난 꽃들은 자기만 잘난 체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다른 꽃들이나 나무, 혹은 수석들과 앙상블을 이루게 될 때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하게 된다. 앙상블은 듣기뿐 아니라 보기에도 이처럼 좋은 것이다. 하모니는 음악이나 예술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에서도 꼭 필요한 것이고 친구관계, 가족관계, 부부간에도 가장 중요한 덕목이며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문제는 불협화음, 즉 하모니가 이루어지지 않는데서 발생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모니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부부간에 자주 싸우고 이혼법정을 가느니 마느니 하고, 부모와 자녀 사이가 멀어지고 반목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 며느리나 사위가 쉽게 마음에 찰 리가 없다. 하모니가 안 되는 친구들이 오래 갈 리가 없고, 손발이 맞지 않는 회사가 잘될 리가 없다. 국가경제든, 가정경제 등 수입과 지출이 잘 맞지 않으면 부도가 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하모니가 잘 되는 나라는 안정된 국가로 발전하고 그렇지 않은 국가는 늘 불안한 나라로 결국은 몰락하게 될 것이다. 기업도 그렇고, 단체도 그렇고, 가정도 그렇다. 늘 말만 무성하고 목소리가 커지고 치고받다가 결국은 부서지고 마는 것이다.

잘 사는 나라일수록 하모니가 잘되고 문화가 발전할수록 앙상블이 중요한 것 같다. 하물며 꽃 한 송이를 꽂아도 식탁보와 조화가 되어야 하고, 차 한 잔을 마셔도 어울리는 찻잔을 사용하는 것이 바로 조화가 아닌가. 티셔츠 한 장을 사더라도 당연히 다른 옷과 매치되어야 하고 악세사리 하나라도 조화가 되는 것이 당연히 아름답지 않겠는가. 이제 새봄을 맞으면서 꽃나무들이 각각 조화롭게 피어나듯 우리 사회 곳곳에서도 구태를 하나
씩 벗어버리고 조화롭고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큰 나무는 큰 꽃을 피우고 작은 나무는 작은 꽃을, 백합꽃은 하얀 꽃을 피우고 장미꽃은 울타리에 빨간 꽃을 피울 때 아름다운 것이다. 그처럼 지혜가 있는 사람은 지혜를, 돈을 많이 번 사람은 돈을, 열심이 있는 사람은 열심을 사회와 공동체를 위해서 내놓을 때 우리 한인사회도 조화롭고 탄탄하게 발전해 나갈 것이다.

제 30대 뉴욕한인회장이 어제부터 첫발을 내딛었다. 이번 대는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 처음의 공약대로 화합과 봉사가 모토가 돼야 한다. 그러한 깃발을 들고 나아갈 때 이민의 생활 속에서 우리 모두가 편안하고 즐거운 하모니를 이루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앞에서 거론한 기타리스트 미스터 리에 의하면 같이 어우러져 연주하는 맴버들의 마음과 그 방향을 정확히 읽는 것이 가장 기가 막힌 앙상블을 이루는 비결이라고 한다. 아무쪼록 새로 태어난 뉴욕한인회도 이제는 더 이상 불협화음이 나오지 않도록 대내외 모든 회원들의 마음을 정확히 읽고 이를 바탕으로 일을 잘 해나가야 할 것이다. 마치 각각의 기타와 드럼, 섹스폰 연주자가 동료의 리듬을 미리 알고 같이 들어가 비로소 아름다운 앙상블을 이루어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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