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버지니아 공대 총격사건과 4.29폭동

2007-05-0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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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뉴욕 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사무총장)

지난 달 4월 16일 발생한 버지니아 공과대학의 사건이 발생하고 용의자가 아시안이라는 소식을 접하면서 그날 밤 계속 잠을 뒤척였다. 실제로 아시안이 아니기를 바랬고 더더구나 한국인이 아니기를 바랬다.

유권자 센터가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는 일본군 강제 종군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위한 워싱턴 로비데이가 바로 4월 19일 이었기 때문이다. 뉴욕, 뉴저지, 필라, 남가주 그리고 워싱턴의 121 연대가 힘겹게 일정을 조정하여 계획한 날이었지만 우리는 19일의 로비데이를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의회의 몇몇 의원실과 논의를 했지만 19일의 로비데이 행사가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대답이었다. 로비데이의 취소는 아쉽지만 우리가 결정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보다 큰 문제는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인종혐오성 범죄나 폭동에 한인사회가 어떻게 대응을 하여야 하는가를 두고 121연대 이메일 그룹의 메일들이 폭주하였다.


필자는 다시 생각을 해보았다. 미국사회 속에서 이민자로 살아가고 있는 한인사회의 안정망이 무엇인가? 우리가 왜 이토록 긴장을 하여야 하고 불안하게 다른 인종들을 바라보아야 하는가?지금 부터 15년 전에 일어났던 4.29 LA폭동의 화면들이 미국에 살고 있는 모든 동포들의 뇌리
를 스쳤을 것이다. 흑인 운전자 로드니 킹을 폭행하는 비디오가 방영이 되고, 재판장에 선 폭행 경찰들이 보이고, 흑인들이 시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두순자 여인이 흑인 소녀를 총으로 쏘는 장면과 흑인들이 시위를 하는 장면들로 바뀌어 버렸다.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갑
자기 한인들이 들어가 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폭동이 일어났고 한인들의 가게들은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했다. 로드니 킹에 대한 백인 경찰들의 폭행 사건은 갑자기 한인들의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논쟁으로 번져갔고 미국 내의 그 어떤 집단이나 정치인들도 피해를 당한 한인을 위해서 나서주는 사람들이 없었다.
4월 17일 미국에 살고 있는 모든 한인들은 그러한 끔찍한 악몽을 다시 맞게 될까 극도로 긴장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모든 미디어들이 우리의 얼굴을 한 청년의 사진과 한국인이라는 영상과 뉴스를 계속해서 내보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아시안 아메리칸 저널리스트 단체에서 성명을 발표하였다. 이것은 인종의 문제가 아니라 심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한 사람이 일으킨 문제이고 보다 큰 문제는 사람을 죽이는 총들이 자유롭게 널려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인종적인 문제로 언론들이 보도하는 것을 중지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외에도 수많은 아시안들과 미국의 지성인들, 한인 시민 활동가들, 한인학자들과 언론계 종사자들이 크고 작은 기고와 인터뷰를 아주 신속하게 하여 초기 미국의 여론을 올바로 세우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그리고 이 문제를 인종적인 입장에서 안아야 하고 한인들에 대한 그 어떠한 인종 혐오 범죄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사법당국과 버지니아 주지사의 발언으로 우리는 일단의 폭풍을 피하게 되었다.그러나 일반 시민사회와는 다르게 이성적인 사고를 쉽게 벗어날 수 있는 청소년들의 돌출적인 행동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수 있다. 바로 이러한 문제들로 인하여 자칫 꺼졌다고 생각했던 재들이 불씨가 되어 다시금 한인사회에 들이 닥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위기대응 능력을 재빨리 확보해야 할 것이다.

가장 작은 단위의 행정 조직인 타운이나 시의 정치인들과 행정 및 사법기관들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하면서 한인사회의 안정망을 시급히 점검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가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 타운이나 시의 행정과 자원봉사활동 등에 일상적으로 참여하여 여러 제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관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15년 전의 폭동에 무방비로 당했던 그 기억을 대뇌이면서 우리가 이번의 위기에 어떻게 대처했고, 과연 미국의 한인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어떤 안정망이 있는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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