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미국내 한류, 한인 손에 달렸다

2007-05-0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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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류가 미국에서는 아직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최근 뉴욕에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류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다는 미국인이 응답자의 4% 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아시안은 13%인데 비해 비아시안은 2% 밖에 안돼 미국내 한류는 아시아의 한류 열풍에서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결과는 외신과 주류 언론에서 한류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현상과는 거리가 있어 약간 실망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이 조사결과 희망적인 현상도 없지 않다. 한류 인식도의 비율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감수성이 강한 젊은 층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18세부터 24세까지 젊은층은 10%, 25세부터 34세까지는 9%인데 비해 45세 이상은 1%라는 것이다. 문화활동이 활발하고 앞으로 사회의 주역이 될 젊은층의 한류 인식도가 높다는 것은 세월이 갈수록 한류 열풍이 강해질 것을 예고하기도 한다.

또 미국인들의 한류 인식도는 연소득 10만달러 이상의 경우 8%인데 비해 연소득 2만5,000달러 이하의 경우 5%로 상류층일수록 인식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는 상류에서 하류로 전파되기는 쉬워도 하류에서 상류로 올라가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류층의 한류 인식도가 높은 것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한류 인식도가 아니라 미국인들이 한류에 얼마나 가까이 접근해 있느냐는 것이다. 한류에 대해 전혀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일상 생활에서 한국음식을 즐겨 먹고 있으며 한국의 풍습이나 예술을 좋아하고 있으며 한국사람과 가까운 관계를 가지고 있다면 이런 사람은 이미 한국문화에 깊이 빠져있는 사람, 즉 한류에 물들어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한류는 이렇게 부지부식간에 전파되는 것이다.

최근들어 각급 학교에서 한인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한국문화활동이 활발해졌고 한인 예술가들이 미국문화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 한국음식을 좋아하여 한국식당을 찾는 미국인들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이렇게 미국사회의 구석 구석에 한류가 스며들게 되면 미국인들은 결국 그것이 한류라는 것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미국에서 한류를 심기 위해서 문화 환경이 열악한 아시아 지역처럼 어느 한국 연예인의 선풍적인 인기로 한류 열풍을 일으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보다는 한인 각계에서 꾸준하게 한국문화를 알리는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 한인들이 한류를 심는 역군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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