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Sink or Swim’

2007-04-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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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천수(뉴욕한인커뮤니티센터 운영이사)

고르지 못했던 4월은 우리 모두에게 아픈 기억을 남겨주는 말 그대로 잔인한 달이었다. 갑자기 추운가 하면, 무덥고 또 쌀쌀했다가 온화한 그런 한달이었다.

요란스러웠던 뉴욕한인회장 선거도 조용히 끝냈고 전세계를 놀라게 한 버지니아공대 참살극도 우려했던 후폭풍에 비하면 미국인들의 차분하고도 성숙한 사건 처리로 정상을 되찾는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 형국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우리 국민들도 국내외에서 지혜롭게 난국을 극복하는데 최선을 다하리라 믿는다.조승희군의 참살극은 그 참상의 도가 다를 뿐, 우리 이민가정 모두가 겪었던 현실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자식들의 좀 더 나은 교육을 위하여 이민왔다고 하면서 자식들을 (남을 통해서)학교
에 입학시켜 놓고 졸업할 때까지 학교 한번 가보지 아니한 학부모가 어디 하나 둘이겠는가? 이를 가리켜 ‘Sink or Swim’이라 한다. 즉 수영해 보지 아니한 아이를 물에 던져놓고 가라앉아 죽든지, 살려면 헤엄쳐 살라는 말이다.


그 뿐인가. 별 보고 나가 별을 보고 들어와서 사랑하는 자식들과 하루에 몇분이나 대화를 나누는지? 어쩌다 대화하면 “공부해라” “무엇을 전공해라” “무슨 명문대를 가야 한다” 그나마의 대화도 나누지 않는 경우는 아예 대화를 단절하는 경우가 허다하다.이러한 환경에서 적응하지 못해 자포자기한 청소년들의 수가 얼마인지, 심지어 감옥에 갇힌 청소년의 수가 얼마인지 상상해 보고 이를 고민한 부모가 얼마나 되는지 우리 모두가 곱씹어 보아야 할 문제이다.

도움이 될까 하여 필자와 자식간의 대화와 생활상을 간략히 소개해 본다.
슬하에 딸 하나, 아들 하나가 60년대 초에 이곳에서 태어났다. 주위에는 한국사람 뿐만 아니라 아시아 인종도 아주 드물었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아직까지 단 한번도 그들(자식)의 사생활 침범에 관한 이야기를 한 기억이 없다. 다만 미국사회에 살면서 그들의 지도자가 되라고 강조했을 뿐이다. 왜냐하면 당시 상황으로는 오늘과 같은 대형 아시안계와 한국인 사회가 형성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혹여 피부색이 다른 소수민족으로 외톨이가 될까 염려하여 그런 교육을 시켰던 것이다.

부유한 동네에 있는 학교에 동양인은 전교에서 4,5명 밖에 안돼 도리어 차별대우는 받지 아니하였으나 완전히 미국화 되어 부유한 백인학생들이 겪는 갖가지 사춘기의 혼란스러운 경험을 빼놓지 않고 경험해 보았다.
자식들이 커가면서 그들이 겪는 모든 고통에 대해 흉금을 털어놓고 대화하며 또한 동양사상, 특히 한국의 미풍양속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40대 중반의 두 자식은 이제 평범한 시민으로 우리 노부모를 열심히 보살피는데 이야기책에서도 읽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지극정성이다. 딸은 우리 노부부를 위하여 아파트를 사주고 아들과 파란 눈의 며느리는 몸져 누운 시어머니 병문안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아버지 식사에 온갖
신경을 기울인다.

이런 모든 것을 보면서 나는 자식에게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대화와 사랑, 그리고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자립심을 길러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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