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어느 납품업자의 하소연

2007-04-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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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2부 차장)

“한인 대형 업체들이 소규모 납품업체들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네요.” 퀸즈에서 식품도매상을 운영하는 A사의 B사장이 던진 푸념이다. 그동안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대형 업체와 납품업체 사이가 여전히 종속(?) 관계로 묶여 있어 납품업체들은 대형 업체들의 요구를 무조건 따라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한탄스럽다는 반응이었다.

B사장은 “납품 단가 인하요구는 경기침체로 인한 불가피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면서 “그런데 납품 단가를 낮추면서 야기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거래처를 찾아 나서려는 것을 대형 업체들이 저지하는 것은 부당한 행위”라고 토로했다.B사장은 요즘 납품업체로서 오랫동안 관계를 지속해온 C사의 보이지 않는 감시 때문에 근심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즉 A사는 최근 C사의 경쟁사라 할 수 있는 D사에 납품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가 ‘그렇게 하면 거래를 끊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탓에 할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B사장은 “기존 거래처의 보이지 않는 압력 때문에 신규 판로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도 난감하지만 이처럼 상생을 저해하는 대형 업체들의 경영 마인드가 더욱 허탈하게 만든다”고 하소연했다.그는 특히 “이런 현상은 대형 업체들간의 치열한 경쟁에 끼여 영세 납품업체들만 죽어가게 하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그는 이로 인해 자신의 업체가 C사에 더욱 종속되는 관계로 고착화돼 자생력 없는 업체로 전락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형 업체들의 협력업체로 살아가야 하는 많은 납품회사들. B사장의 경우에서 보듯 대형 업체들이 아무리 몸집을 불려가며 시장을 넓혀 간다 해도 불합리한 경영 마인드를 바꾸지 않는 한 소규모 납품업체들과의 진정한 상생은 결코 실현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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