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뉴욕시의 ‘녹색 프로젝트’

2007-04-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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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주필)

뉴욕의 센트럴 팍은 뉴욕의 명물 중 명물이다. 맨하탄의 한 가운데 843에이커, 한국 평수로는 100만여평 장방형의 땅에 숲과 호수, 잔디밭이 어우러져 있고 2만6,000그루의 나무, 275종의 새가 서식하는 이 공원은 사이 사이에 도로와 산책로가 나있는 뉴욕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뉴욕시
의 허파와 같은 곳이다.

여름이면 무성한 숲, 겨울에는 눈 덮힌 산야가 도심 속의 자연을 만끽하게 한다. 그래서 뉴요커들 뿐만 아니라 뉴욕을 찾는 관광객들도 한번쯤은 찾게 되고 주변지역은 금싸라기 땅으로 센트럴 팍 이스트, 센트럴 팍 웨스트, 센트럴 팍 사우스에는 100만달러 이상 수 천만달러까지 하는
아파트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이 공원이 미국 최초의 인공조성 공원으로 만들어진 것은 약 150년 전이다. 공원 조성을 둘러싼 3년간의 토론 끝에 1853년 뉴욕주가 뉴욕시에 건설을 허가하여 맨하탄 59가에서 106가 사
이, 5애비뉴와 8애비뉴 사이의 700에이커의 토지를 수용, 조성이 시작됐다.


1859년 겨울 스케이트장을 개설하면서 일반에 개방되었고 1863년에는 현재처럼 110가까지 확장되었다. 그 후 1934년 라과디아 시장이 전설적인 도시계획 전문가인 로버트 모세스에게 시 전체의 공원 계획을 맡
기면서 센트럴 팍의 대대적인 개수가 이루어져 현재의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이라고 한다.뉴욕에는 센트럴 팍 이외에도 공원이 많이 있다. 맨하탄만 해도 브라이언트 팍, 배터리 팍, 유니언스퀘어 팍, 메디슨스퀘어 팍, 워싱턴스퀘어 팍 등 크고 작은 공원이 많다. 몇년 전에 보수단장하여 일반에 공개된 한인타운 인근의 헤럴드 스퀘어 팍은 한인들이 즐겨 이용하는 장소가 되고 있다. 맨하탄 밖에도 각 보로에 크고 작은 공원이 있어 주민들의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

도시 속에 공원이 없다면 도시생활이 얼마나 살벌할까. 길이고 건물이고 온통 회색빛 콘크리트로 되어 있는 도시에 녹색의 공원이 없다면 풀 한 포기 없이 모래만 있는 사막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모든 감정이 메말라버린 매정한 인간에 비유될 수도 있을 것이다. 도심
속의 녹색 공원은 사람의 삶 속에 자연을 끌어들여 사람의 정서를 순화시켜 주고 육체의 건강에 기여하는 역할이 크다.도시는 어떤 면에서는 자연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사람이 자연을 파괴함으로써 도시를 만들었
다. 도시에는 인공적인 구조물과 문화가 가득 차는 대신 자연의 색과 빛, 공기와 소리 등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사람은 자연의 일부인 생명체이므로 자연 속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룰 때 안정을 누릴 수 있다. 이 조화가 잘 될 때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말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사고방식이 깊게 뿌리내려 있는데 이제는 한국에서도 이런 점에 대한 반성이 도시행정에 반영되고 있다. 서울의 한강물을 정화하고 청계천 물길을 되살리는가 하면 앞으로 미군에서 용산기지를 반환하면 대공원을 만들겠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도심 속에 녹색지대의 자연공간이 넓어지면 그 도시는 삶의 질이 향상된다고 보아야 한다.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이 되니 인구가 늘게 될 것이고 그 도시를 찾는 관광객도 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비즈니스도 잘 될 것이고 부동산 가치도 상승하게 될 것이다. 즉 도시의 녹색은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 준다는 말이다.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뉴욕을 친환경 도시로 만들기 위한 야심찬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센트럴 팍과 라커펠러 센터에 비교할 정도로 뉴욕시를 대대적으로 변모시키는 계획이다. 2017년까지 100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허드슨강을 정화시키고 모든 뉴욕시민이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공원을 갈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혼잡 교통료를 징수하고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사용을 유도하여 2030년까지 온실개스를 30%까지 줄이겠다고 한다. 이 가운데 혼잡 교통료 징수에 대해서는 업계와 일반 시민의 반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부분적인 수정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녹색 프로젝트는 반드시 실행되어야 한다.

범죄의 소굴로 악명이 높았던 뉴욕시가 줄리아니 전 시장의 범죄퇴치 정책으로 이제는 세계 대도시 중 가장 안전한 도시가 되었다. 블룸버그 시장의 녹색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둔다면 뉴욕은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부와 안전의 도시, 21세기를 넘어 번영하는 도시가 될 것이다. 뉴욕이 세계인이 선망하는 지상의 낙원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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