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더불어 사는 삶을 살자

2007-04-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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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섭(로드아일랜드 한인회 회장)

신문 방송을 통하여 버지니아 공대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범인이 동양인이라는 말에 한편으로는 우려하면서도 한국인이 아니기를 바랬는데, 방송에서 사우스 코리언이라면서 숨가쁜 보도를 하고 있었다. 왜 하필이면 한국인이 이런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나 하는 생각이 떠오르면서도 각 방송에서 보도하는 초점이 한국인에 맞추는 것이 “다행히 미국인이 범인이 아니라고” 계속 강조를 하는 느낌이 들었다.

8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이곳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 졸업반인 현재까지 성장하고 교육을 받은 조승희는 미국 영주권자이고 아직도 대한민국의 국적을 소지하고 있기에 맨탈리티도 한국 사람이었을까? 물론 부모님과 가족의 영향을 받고 자랐기에 한국적인 사고방식이 있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8년동안 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조승희에게는 얼마나 남아 있을까! 그리고 각 방송에서 약속이나 한 듯이 승희 조를, 조승희라고 부르는 것을 들으며 나는 실소를 머금었다.


지금까지 미국인들이 어떠한 경우라도 한국식으로 나의 이름을 부른 적이 없었는데… 이 사람들이 갑자기 한국 사람이 된 것이다. 글쎄, 이 대목에서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참 착잡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조승희가 첫 번째 범행후 자신이 쓴 글과, 사진, DVD 등을 NBC 방송국으로 발송하는 대범함을 보이며 또 한 번 우리를 경악하게 하였다. 이에 NBC 에서는 고위층의 결정으로 방송을 하기로 결정하고 엽기적인,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보아서는 안될 장면까지 남김없이 방송을 하면서 득의 양양 하였다.

아마도 방송을 하면서 특종감 이라는 생각을 했는지, 아니면 시청률이 껑충 뛰어 오르리라는 기대에 사료 잡혀 있었는지. 이 자들은 애도 안 키우는가 보다.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과 함께 유감의 뜻을 표하였다. 아마도 정부에서 우리 국민들의 안위와 여러 가지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었으리라.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안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앞에서 언급했듯이 조승희는 이미 “한국사람이 아닌 미국 사람”이었고, 또한 국적에 상관없이 정신상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건 후 지금까지 나는 미국 친구나 아니면 다른 미국 사람들로부터 이 사건에 대하여 어떠한 질문도 받은 적이 없다. 정작 일반 미국 사람들은 이 사건에 대하여 아주 차분하게 직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는 방송에서도 그의 정신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가고 있고, 범행을 저지른 조승희도, 승희 조로 정정하여 부르고 있다. 나는 이번 사건을 대하는 미국인들의 성숙한 태도에 깊은 찬사를 보내고 싶다. 우리 한인들이 우려했던 일들은 기우에 불과했고… 우리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미국이라는 나라에 이민 와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우리도 깨어있는 의식으로 주위를 돌아보며, 서로 협력하고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을 영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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