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자녀들의 목소리, 그것이 해답이다

2007-04-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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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학생들에게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부모의 사랑과 대화인 것으로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버지니아 텍 총격사건 이후 본보가 2세들과 가진 긴급좌담 e메일에서 학생들은 한결같이 부모가 무조건 좋은 학교를 강요하기 보다는 자신들이 원하는 분야에 잘 진출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 주며 충분한 대화로 길을 안내해 주는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고 한다. 한인 부모들이 뼈에 사무치게 들어야 할 말이다.

학생들은 또한 학교와 급우 사이에 왕따는 어느 사회에서건 존재하고 있는 문제임을 강조하며 자신에게 부딪친 문제를 이해하고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이민 2세들의 경우 새로운 사회, 문화에 대한 도전정신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들의 말과 견해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 졌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문제는 학생들이 주장하는 대로 이 사회가, 가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 버지니아 텍 사건도 조승희라는 학생이 일찍이 자신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주위의 도움을 받거나 아니면 가정이나 사회, 학교에서 좀 더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그에게 보여 주었더라면 이와 같이 끔찍한 일은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사회와 시대적 변화, 첨단을 달리는 기계문명, 그 속에서 격리된 인간관계, 팽배된 개인주의, 물질만능주의 만연, 그로 인한 인간성 상실 등 치열한 경쟁 사회 구조 속에서 웬만큼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안되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의 자녀들이 아무런 문제없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정의 보살핌과 부모사랑이 우선돼야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그렇지 않으면 조승희와 같이 쓰러지기가 십상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스트레스와 강박관념, 긴장감, 이로 인해 생기기 쉬운 좌절감, 소외감, 적개심 같은 울분을 해결할 길이 없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비해 2세들의 정체성 문제는 반드시 확립해 나가야 할 문제다.

뿌리가 확실한 2세들은 새로운 문화,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려는 도전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문제점이 있는 학생이 있을 경우 외면하지 않는 주위의 관심과 도움도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 가정은 말할 것도 없고, 교계, 관련 상담기관, 커뮤니티 전체가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
울여 더 이상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제2, 제3의 조승희 사건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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