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총기 소지 규제

2007-04-25 (수)
크게 작게
김주찬(취재1부 부장대우)

문득 ‘요즘 참 험한 꼴 많이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오래 산 삶도 아닌데 말이다.한국의 IMF, 9.11 사건, 버지니아공대의 총기 사건 등등.100년을 살아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일어날 일이 아닌 사건들이 지난 10년사이에 발생했다. 한국에서 선거 때면 돈 1억원이 돈같지 않다고 말하듯이, 이제 어지간한 사건은 사건같지도 않을 것 같다.

이번 버지니아공대의 총기 사건은 한국인 조승희 사건에서 총기 소지 규제 문제로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한인을 비롯한 많은 미국인들은 총기 소지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실제로는 총기 소지가 규제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도 특이하다.미국 수정헌법 2조는 ‘시민들의 총기 소지와 휴대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미국 개척 역사에서 총기는 스스로를 보호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돼 왔다. 특히 미국 최대의 로비단체로 꼽히는 미국총기협회(NRA)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뉴욕처럼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쉽게 못느끼지만, 중부나 남부 등 인적이 드문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총기에 대한 심리적 의존도가 높다.예전에 미국 중부에서 만난 한인 가정은 무려 4-5가지 종류의 총기들을 가지고 있었다. 옆집에 놀러갈 때도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이곳에서 총기류는 생활 필수품이었다.이런 상황에서 총기 소지 규제가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아무나 몇백달러만 내면 총기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FBI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매년 1만명 이상이 총에 맞아 사망한다. 지난 2004년 총기 살인은 1만654건에 달한다. 권총 살인 8,299건, 기타 총기 살인 2,355건 등이다. 다른 흉기에 의한 살인을 모두 합친 것의 2배 규모라고 한다. 특히 2004년 17살 이하 살인자가 전체(1만1,522명)의 9.5%인 1,100명이라고 한다. 총기 소지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하는 것이니만큼 구입자의 전력이나 병력 확인 규정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총기를 아무데나 가지고 다니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규제했으면 더욱 좋겠다.
요즘은 조금 덜해졌지만 그동안 한인 소매업소들이 총기 강도에게 당한 피해를 생각해봐도 그렇고, 가끔씩 한인 가정에서 발생하는 총기 사건을 봐도 그렇다.

어쨌든 이런 사건들을 보고 나면, 사람 인생 참 허무해진다. 망각이라는 도움이 있기 전까지 한동안 그렇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