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2007-04-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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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민(1.5세 자유기고가)

버지니아 공대 사건은 이라크에서 거의 매일 일어나는 테러에 버금가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그것도 상아탑이라는 대학 캠퍼스에서 일어난 것이기에 단순 테러로 보기보다는 반 문명적 사건으로 규정하고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대학은 한 사회에서 지성의 중심이다. 지성은 문화와 문명의 토대이며, 따라서 그것은 모든 종류의 무지와 야만에 대해서 저항하는 지성의 본부라고 할 수 있다. 사건의 배경에는 미국내에서는 언제든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들이 갖추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중에 뚜렷한 것은 공동체 정신의 해체, 민주주의의 왜곡일 것이다.
현대 민주사회의 대표 격인 미국사회의 공동체 퇴조 현상은 뚜렷해 보인다. MTV시대의 미국 젊은이들은 정신적 가치들(내면적 조화, 인내 같은) 대신 세상만사를 ‘이익’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훈련에 익숙해져 있다. 손해를 보는 것을 조금도 참지 못하며, 어떻게든 자신이 더 많이 얻는 것이 최고라 생각하는 태도가 보편화 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사실은 늘 ‘화약고’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모든 타인을 잠재적인 적으로 규정하기에 바쁘기 때문에 사회 갈등을 해소하기 보다는 작은 문제일지라도 확대시키기에 급급하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는 지금의 우리의 사회와 공동체가 더 이상 그 존립의 최소한의 이유 조차 상실했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자본주의를 ‘천민자본주의’라고 하면서 한국을 깔보는 경우를 종종 보지만 미국이야 말로 돈 많고, 힘센 자들에 의해 움직이는 천박한 민주주의로 변모했다. ‘개인의 신변보호 및 인권’이라는 명분으로 총기 소유를 허용하고, 그 결과로 매년 수만명이 총기사고로 죽어가고 있음에도 NRA(미국 총기단체)와 같은 곳은 정부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렇게 여러 종류의 파워풀 로비집단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미국사회의 힘의 논리로 인해 오히려 상대적으로 낙오된 개인들과 사회적 약자들은 역시 폭력적으로 반응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개인들은 서로에 대한 불안, 두려움, 그리고 적개심에 빠지게 되는 사회적 ‘분열’현상이 일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힘의 논리를 추종하는 폭력적 로비세력의 이기적인 행동에 의해 사회는 더욱 폭력적이 되며, 그 폭력의 희생자들인 일반 개인들은 더욱 더 폭력 성향에 익숙해지게 되고 지배된다는 것이다.

10년 전 뉴욕한인 콜택시 운전사 강도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처럼 이번 버지니아 공대 학살극과 같은 사건들에 의해 사회적 위기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인권에 대한 말들이 넘쳐나게 되고 총기협회에 대한 압력이 생기게 될 것이다. 설사 여러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하더라도 이미 진행중인 미국사회의 이기주의적인 폭력화는 형태를 바꾸어 진행되며, 깡패 집단들은 더욱 더 강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에 미국에서 일어난 이런 종류의 학살극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일어날 수 있으며 이와 더불어 다른 종류의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흐름은 가속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예측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종류의 미국적인 문제에 대해서 ‘미국’은 악순환의 고리 안에서 점점 더 국제사회 내에서 고립되고 무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그랬던가? “미국은 미국에 의해서는 풀릴 수 없는 거대한 미스테리이자 골칫거리일 뿐이다”라고. 한국계 이민자와 유학생들까지 합친 공동체가 200만명이나 되고 한 해 미국내에서 쓰는 유학비만 5조원이라고 한다. 우리 한인들도 미국이라는 공동체의 중요한 일원이고 미국의 미래에 역할을 자임해야 함에 틀림없다. 이번 사건에 대한 우리의 집단적이고 일관된 대응이 과연 우리 한인들의 운명은 물론 미국을 살릴 수 있을까? 엄청나게 놀란 가슴들을 이제는 쓸어내리고, 정신 차리고 이 사태에 대한 촉각을 세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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