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가 해야 할 일-제 2의 조승희를 막기 위해-

2007-04-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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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준(G2G 크리스챤 교육센터 공동대표)

이번의 버지니아 텍의 총기사건은 미국 최대의 무차별 살인사건이라는 충격과, 또 그것이 대학교 안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 더군다나 우리 이민자 한인학생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점에서 우리 한인사회역사에서 아마 4.29 폭동 다음으로 우리에게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미국에 이민와서 사는 우리 많은 한인들에게 4월은 진정 잔인한 달인 것같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미국 주류언론의 보도가 조승희씨의 범행이 한인 전체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으로 확산되어지지 않고, 그의 정신적, 심리적 병증과, 병든 인성, 그리고 버지니아 텍 당국의 늦은 대응, 총기규제문제로 초점이 모아지는 것은 이 문제를 조씨 개인의 문제로 국한시 보는 이성적 접근이라고 여겨져 그나마 불행중 작은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더더욱, 미국 NBC에 보낸 여러 영상물과 글들이 조씨의 정신적 상태를 극명히 보여주는 것들이라 한인사회 전체에 대한 단죄보다는 개인의 문제로 부각되는데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냥 미국 여론의 관용(?)에 실려서 이렇게 묻혀지고 잊혀져서 지나갈 성격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그러기에는 우리 이민가정의 교육과 자녀들의 문제가 너무 깊기 때문이다. 뚜렷한 정체성없이 미국사회와 한국사회속에 샌드위치 되어 있는 많은 우리 자녀들, 받쳐줄 강
한 한인 정치적 공동체 없이 혼자 자신의 앞날과 사회적 입지를 미국 사회속에 개척해가야 할 그들, 마음은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많은 우리 1세 부모들의 능력의 한계, 입시와 성적, 무한경쟁이라는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성과 가치를 무시하는 교육문화, 미국 백인사회의 인종차별과 편견, 그리고 날로 폭력성의 도를 더해가는 인터넷과 청소년 문화들…

우리의 교육의 사각지대 안에서 자라나는 많은 청소년들이 겪는 갈등과 고민이 이제는 많이 깊어지고 확산되어진 그런 시기에 우리 이민사회는 서 있고 또 이미 표출되기 시작 되었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미 미국 대학생들 중에 가장 높은 자살율을 겪고 있는 우리 한인 학생들, 쉬쉬 하지만, 적지않은 우리 자녀들이 우울증과 정신 분열등의 여러 정신적인 문제로 대학을 중퇴하거나, 아니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리없이 가정으로 잠적해 들어오고 있지 않는가?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제 2의 조성희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미국인들의 저변에 한국인들에 대한 편견이 한국인들은 이기적이고 무례하고, 공동체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있는데, 만약 제 2의 조승희가 나온다면 이는 우리 한인 이민자 전체와 한국에 대해 치명적인 것이 될 것이다. 이 일을 막기위해 우리는 우리 주변에 조성희씨와 같은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없는가 살펴보고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또 우리 자녀 가운데 모방 범죄가 없도록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청소년 자녀들을 둔 부모들은 한번 더 주변을 살피고, 자녀들의 최근의 행동과 소지품, 그리고 언행들을 주의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 이민사회는 이제, 자녀들의 성적과 물질적 성공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앞날의 행복과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조승희씨의 경우도 성적이 나빠서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사회 부적응의 문제가 아니였는가? 그리고 우리 자녀들이 겪고 있는 정서적, 심리적, 사회적 갈등들의 독특성들을 연구하여 예방할
수 있는 2세 교육 전문가들을 한시 바삐 더 많이 길러내고 이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 자녀들이 어린 나이때부터 정체성의 바른 형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이 정신적 가치의 생산과 정서적 공동체는 이민사회에 산재해 있는 많은 이민 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명중에 하나가 아니겠는가? 이것이 이번의 화를 복으로 만드는 우리의 지혜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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