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자녀교육, 심각하게 자성하자

2007-04-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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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회 뿐 아니라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버지니아 공대의 총격사건으로 한인들은 악몽과 같은 한 주를 보냈다. 이로 인해 우려되었던 한인들에 대한 보복사태나 증오범죄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지만 우리는 심한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 이민을 와서 숱한 고생을 겪으면서 자녀 교육에 열성을 쏟아 온 우리 이민세대가 정말로 자녀들을 잘 교육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조승희의 부모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이민 1세이다. 빈손을 들고 이민을 와서 험한 일, 힘든 일을 마다 않고 했고 마침내 세탁소를 마련하여 열심히 살아왔다. 두 자녀를 모두 좋은 대학에 진학시켰다. 그런데 이런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그만큼 자녀들을 몰랐다고 할 수 있다.8살 때 부모를 따라 이민을 온 조승희는 중고교 시절 동료 학생들의 따돌림과 조롱 속에서 힘든 생활을 했다. 수줍음에다 서툰 영어발음과 말투 때문에 목소리도 제대로 못내 학생들의 웃음거리가 됐다. 주위에서 왕따를 당하면서 외톨이가 되어 그는 점점 문제아가 되어갔다. 대학 때는 성격이 아주 비뚤어져 교수의 말을 듣지 않는 수업 방해꾼이 되었다는 것이다.

누구나 경험한 일이지만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가 사춘기이다. 사춘기에는 좋은 환경에서도 고민이 많고 갈등을 겪는다. 어른들도 이민을 와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자면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고통을 겪지만 사춘기 자녀들의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외모와 언어, 인종, 가정환경 등 모든 요소가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이런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실의와 좌절 속에 외톨이가 되고 끝내는 마음이 비뚤어지게 될 것이다. 조승희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민 자녀들이 모두 그런 위험을 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말로 “우리 아이는 문제가 없나” 하고 심각하게 반성해 보아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 공부를 잘 하고 문제없이 지내고 있다고 안심해서는 안된다. 가족간, 특히 부모와 자녀간의 대화로 자녀의 문제를 파악해야 하며 정서적 안정과 정체성 확립을 도와주어야 한다. 또 문제점이 발견되면 부모가 이를 해결해 주도록 노력해야 하며 학교와 전문가의 조력을 구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경종으로 삼아 한인들은 자녀 교육에 대해 다시 한번 심각하게 자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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