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버지니아텍 참사 어떻게 헤쳐나갸야 하나

2007-04-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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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한인 공공정책위원회 회장)

2007년 4월 17일은 매우 가슴 아픈 날로 기억될 것 같다. 물론 사건이 일어난 날은 그 전날이지만 실제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날은 다음날인 것이다.

범인의 사진을 보면 공부 잘하게 생긴 성실한 모습의 우리의 아이들 모습이다. 피해를 당한 가족들의 마음이야 오죽하며,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있는 한인사회는 이중의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우선 낫소와 서폭의 경찰국장들을 만나서 한인사회의 염려하는 바를 전하고 긴급한 도움을 청
했다. 다행히 모두 최선을 다해서 한인학생이나 한인 비즈니스가 피해가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공교롭게도 이날 낫소 경찰대학에서 이번 학기 마지막 한국문화 강좌 수업이 있었다. 나 스스
로 그런 생각을 해서 그런지, 이제껏 해오던 수업 중에 가장 힘든 수업을 마쳤다.


이 사건으로 인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손실은 도무지 계산할 길이 없다. 아마도 오랜기간 동안 좋든 싫든 ‘Korean’이라는 이름 때문에 생각보다 큰 부담을 지고 살게 될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방송에서 수도 없이 이 사건을 비집고, 또 수 주간 계속해서 생방송을 내보내
는 괴로움을 겪을 것이다.과연 그러면 우리는 이 사건을 어떻게 슬기롭게 지나가야 할 것인가?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로 인해 우리의 아이들이나 한인이 운영하는 비즈니스가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한인사회의 지도자들은 이제껏 스스로 형성해 온 모든 인맥과 유대관계를 총동원해서 한인사회를 위한 보호막을 치는 것이다. 특히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즉각 해결할 수 있도록 경찰, 검찰 등 사법기관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이 때 유의할 점은 절대로 여러 사람에게 드러내기 보다는 꼭 도움이 될 책임있는 사람들에게만 설득력 있게 그리고 은밀히 부탁하여 ‘Low Profile’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우리 자신도 막연히 죄의식이나 피해의식에 사로잡히지 말고 냉철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더구나 우리의 아이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사건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회적으로 잘 적응을 못하고 불만이 많은 우울증에 걸린 한 청년이 자신을 이기지 못하고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이다. 문제가 커진 것은 경찰이 처음 총격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태 파악을 못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기 때문에 두시간 후 엄청난 사건으로 커진 것이다.

요즘 낫소 경찰대학에서 배우는 과정에 보면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4~5명의 경찰이 동서남북을 커버하는 타격대를 조직하여 곧바로 사태를 제압하는 방식으로 전략이 바뀌었다. 만약 경찰이 곧바로 학교를 폐쇄하고 범인 색출에 나섰다면 사건이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이곳 사람들과 접하면서 배운 지혜가 있다. 이들은 불행한 사건은 절대 입에 담지 않는 것을 보았다. 우리도 비록 어렵지만 우리 스스로 이 사건은 가능한 우리의 입에 담지 말고 침묵할 필요가 있다. 혹 사업장에서 손님이 이 사건으로 말을 걸어오더라도 그 말은 하지 말자고 대화를 끊어버리는 것이 우리 자신에게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끝으로 이 사건을 보면서 한인사회는 함께 사는 공동체의 운명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인식하고, 주변의 한인들을 돌아보며 서로 돕고 사는 한인사회가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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