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청소년 ‘이성교제 폭력’

2007-04-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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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연(뉴욕가정상담소 청소년 프로젝트 디렉터)

대부분 어르신들께 “젊음을 다시 얻을 수 있다면 어느 시기로 돌아가고 싶으세요?”라고 물어보면 ‘중학생’ 또는 ‘고등학생’ 때라고 답한다. 그만큼 청소년기는 새로운 것들에 많이 도전받음과 동시에 즐겁고 재미있는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알아가면서 인생에 대해 토론하고 생각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새로운 것들을 경험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청소년 사이 ‘이성 교제’이다.
청소년 10명 가운데 1명이 조금 더 넘는 12%의 청소년들이 현재 1년 또는 1년을 넘게 사귀어 온 여자친구나 남자친구가 있다고 한다. 또 지난해 미디아 마크 리서치가 내놓은 청소년 사이 ‘이성교제’ 통계 결과 뉴욕시에 사는 4,600명의 청소년들(12~17세) 중 57%가 주기적으로 이성친구와 데이트를 한다고 밝혔고 그 중 1/3은 현재 만나는 이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청소년 사이 이성 교제는 지금 청소년들 사이에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 한인청소년에게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사실 부모 입장에서 청소년들의 이성교제 그 자체에 대한 걱정보다는 혹시 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일어나지는 않을까, 또는 저지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더 앞서기 때문이다. 부모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은 이렇게 많이 이루어지는 청소년들 이성교제 관계 속에서 생각할 수 없이 많은 폭력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1995년 Children Now/Kaiser Permanete Poll 조사에 따르면 40%의 여학생들(14~17세)은 동년배의 여자학생이 남자친구에게 맞거나 심하게 구타당하는 사실을 안다고 말했다. 또 미국 전체에 이루어졌던 조사에 따르면 11명 중 1명의 고등학생이 당시에 만나고 있는 이성 친구에게 뺨을 맞거나 심하게 구타를 당하거나 더 심하게는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가졌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여기서 잠시 ‘청소년 이성교제 폭력’에 대해서 알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청소년 이성교제 폭력이란 이성과의 만남에 있어서 한 사람이 그 다른 한사람을 학대적으로 대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학대는 여러가지의 방법으로 이루어지는데 보통 언어적, 육체적, 정신적, 감정적, 경제적 폭력들로 나뉜다.그렇다면 학대하는 이들은 왜 이러한 ‘폭력’을 쓰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폭력을 이해하려면 ‘힘과 통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이런 관계에서 학대하는 자는 여러가지 전술을 사용하여 권력을 손에 넣고 배우자를 지배하려고 한다. 화를 내는 행위는 권력을 휘두르려는 한가지의 방법일 뿐이다. 이밖에도 상대방을 이유가 되지 않는 이유로 원망하고 상대방의 부모나 형제들을 죽인다거나 헤어지면 자살을 하겠다는 등의 이유로 협박을 하며 모든 일의 결과는 상대방에게 있다라고 결백하다며 자기의 책임을 부정하고 회피한다. 또한 관계 안에서 주도권을 잡고 상대를 위협하고 협박을 하며 고립된 일상생활을 강요한다.

이런 여러가지의 잘못된 지배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나타내는 증상은 다양하다. 두려움과 공포에 떨며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도 하고 노여움과 불신, 수치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생활들을 하게 된다. 또한 낮은 자존감을 갖고 있어서 늘 주눅이 들어 있고 성적 장애를 보이기도 하며 조그마한 일에도 깜짝 깜짝 놀라거나 악몽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결국 지각 능력에 혼동이 생기고 본인의 상황들에 대해 회피하면서 자신의 위험한 상황을 최소화 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이 피해자들은 점점 홀로 고립된 생활들을 하고 지긋지긋하게 느껴지는 폭력적인 관계에서 빠져나올 생각 조차 할 수 없다.

만약 자녀가 이성 친구와 사귀는 중 사귄지 얼마 되지 않아 관계를 지나치게 깊게 하려고 하는 행동들, 상대가 지나치게 질투를 하거나 소유력이 강할 때, 다른 친구와의 만남이나 식구들과의 만남을 자꾸 통제하려는 행동들, 상대방이 소리를 지르거나 조종하려고 들거나 죄책감을 유발시키는 행동들, 술이나 약을 복용한 후 때렸던 행동들을 환각으로 인한 것이라 이유를 돌리는 경우, 협박을 하는 행위들은 모두 이성교제 폭력의 소재가 될 수 있는 행동들이며 자녀에게 조심스럽게 이런 정보들을 제공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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