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건의 초점을 왜곡하지 말라

2007-04-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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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주(한인자유민주수호회 회장)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다. 32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인 1.5세 조승희의 광기어린 살인극이 낳은 결과 앞에 15년 전 로드니 킹 사건을 떠올리며 혹시나 하는 두려움과 우려에 술렁대는 한인사회의 모습이다.충분히 이해가 가는 바이지만 필자는 많은 한인들, 특히 지도자급에 있다는 분들이 경거망동하여 사건의 초점을 왜곡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니 오히려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켜 부작용을 낳지 않았으면 한다.
강조할 필요도 없이 미국은 다민족 사회이다. 미 주요 언론에서도 초점으로 맞추는 것은 이 사건을 계기로 총기규제법안을 또다시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키는 것이다.

1999년 4월 13명의 사망자를 낸 콜롬바인 총기난사 사건과 2006년 10월 2일 5명이 사망한 펜실베니아 아미쉬 학교 총기사건에 이어 이 희대의 대형 살인극은 미국사회에 적지않은 공방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인 주도의 추모집회나 분향소 설치, 조의금 모금 등은 정말이지 불필요하며 오히려 증오범죄(Hate Crime)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알았으면 한다.듣자하니 주미한국대사라는 분도 32일간 금식 제안을 했다 하는데 참으로 우습기 짝이 없다.

조승희는 미국인이다. 그의 서류상 신분(영주권자)이 아직 한국 국적으로 되어 있기는 하나 유학생도 아닌 8세 때 이민와서 15년을 산 그는 미국인이나 다름 없다. 굳이 한국인의 범주에 끼워넣어 미국정부도 마다하는 영양가 없는 제스추어는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또한 한국 정부가 조의를 표한 것은 상대국의 불행한 사태에 대한 예의 표시로 그럴듯 하지만 조문사절단 운운한 것도 미국의 정서에 전혀 맞지 않는다.다른 민족에게, 특히 배타적인 한국인의 성향으로 볼 때 공감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나 예의를 갖춘다고 애쓰려는 그러한 행동들이 오히려 이 사건을 인종적 이슈로 클로즈업시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지도자 여러분, 제발 경거망동 하지 말고 잠잠해야 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일임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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