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폭력물에 길들여진 아이들

2007-04-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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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혜(취재2부 문화특집부장)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는 버지니아대학 공대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 조승희씨 관련 끔찍한 내용들을 접하며 만감이 교차한다.사건 직후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당국의 보도를 접하고 미주 한인들은 철렁한 가슴에 숨죽였고
비정상적인 개인이 저지른 범죄 쪽으로 여론이 조성되면서 안정을 찾아감에도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일에는 범인이 1차 범행과 2차 범행 사이에 NBC에 보낸 우편물이 방영되며 또 한 번의 경악과 충격에 휩싸였다.육성이 담긴 비디오 테입과 총을 겨누는 사진, 증오에 찬 메모를 접하며 무엇이 그토록 그로 하여금 세상에 대한 증오감을 갖게 만들었고 괴물로 변하게 했나 자못 궁금해졌다.
이제는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에서 대학살로 보도되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어린 자녀를 둔 한인들의 걱정과 두려움이 느껴진다.


그동안 미국에 살며 9.11테러, 탄저균 테러, 컬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 워싱턴 D.C. 총기 난사사건 등 참으로 놀라운 일을 여러 번 접했다.
불특정다수를 겨냥한 끔찍한 살인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미국에 살면서 한번쯤 우리 주변을 돌아봐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조승희씨 경우 초등학교 때 미국에 와, 문화적 차이로 오랫동안 외톨이로 방치되어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어릴적 부터 폭력적인 컴퓨터 게임에 빠지며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를 단절한 채 홀로 가상의 세계에서 살아왔던 것은 아닌가...

우선 어린 자녀가 있다면 너무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고 있지 않는지, 폭력 영화에 빠져 있지는 않은 지 살펴볼 일이다.총기와 흉기가 너무 자주 등장하고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 난무한 TV와 영화에 우리 아이들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부족한 상황에서 부모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가급적 자주 아이 옆에서 대화하고 살펴보는 일일 것이다.내 아이가 너무 폭력물에 빠져 있지 않은가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볼 일이다. 제2의 조승희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컴퓨터 앞에만 있는 자녀가 있다면 무신경하게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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